[횡설수설/육정수]軍복무 인센티브

  • 입력 2007년 4월 2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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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미국 육군사관학교(웨스트 포인트)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뉴욕에서 승용차로 약 2, 3시간 걸렸던 것 같다. 어느 소도시를 지나는데 밴드 소리가 쿵작 쿵작 들리면서 주민이 몰려들고 있었다. 군복 차림에 훈장을 주렁주렁 단 백발 노병(老兵)들을 위한 연례 주민축제였다. 감동적이었다. 연단에 늘어선 노병들은 6·25전쟁 참전 용사들이었다. 그날이 6월 25일이라는 사실도 잊고 있었던 필자는 부끄러웠다.

▷우리 군(軍)은 6·25 전란 속에서 대한민국을 지켜 냈다. 그후 반세기 넘게 북한의 무수한 도발 속에서도 국가 안보가 흔들리지 않은 것은 군 덕분이다. 6·25 및 베트남전쟁 참전, 대(對)간첩 작전으로 희생된 장병이 약 15만 명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정작 전사자와 참전용사를 받드는 자발적 주민행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전시 평시(平時)를 막론하고 현역 입대는 일단 나라를 위해 일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군대 가면 손해’라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다.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마저 ‘군대는 썩는 것’이라고 말할 지경이니 길게 말할 것 없다. 헌법 제39조는 1항에서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무를 부여하고, 2항에서 병역의무 이행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군필자들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면제자나 여성에 비해 적어도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일 뿐 아니라 병역비리를 키우는 토양이 된다는 의견이다.

▷국방부가 군필자 인센티브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논쟁의 불을 붙였다. 공무원시험의 군필자 가산점(3∼5%) 제도가 남녀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취지도 가산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선에서 적절히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상관없다는 얘기다. 인센티브가 지나치면 군 면제자와 여성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튼튼한 국방을 위해서는 군에 가는 사람들이 손해 본다는 기분이 들지 않게는 해 주어야 한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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