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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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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살아 있다’는 확고한 신념과 열정적인 노력으로 끝내 진실을 밝혀준 검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는 내용이었다.
편지 속 주인공은 검사 생활 2년차인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진혜원(32·여·사시 44회) 검사.
그는 지난해 초 물품대금 3500만 원을 떼였다는 중국동포 허모(49) 씨가 한국인 사업가 김모(33) 씨를 상대로 낸 형사소송의 공판을 맡으며 허 씨의 주장이 진실임을 확신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김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을 도무지 수용할 수 없던 진 검사는 조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1심 선고 직후 수사 부서로 발령이 났지만 항소심 재판에서도 공판 검사를 맡겠다고 고집했다.
그는 1심 판결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50여 쪽의 항소이유서를 2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통상 항소이유서는 10쪽 안팎이고 ‘3500만 원짜리 소액사건’으로는 엄청난 분량이었다.
허 씨 주장을 뒷받침해 줄 중국인을 설득해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고, 방대한 양의 통관서류를 뒤져 추가 증거를 찾았다. 낮에는 배당 사건을 수사하고 밤에는 늦도록 재판을 준비했다. 중국에 있는 허 씨가 한국에 입국하는 날이면 출국하는 날까지 수차례 만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26일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여 김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혹시 한국 사법 당국이 한국인에게 유리한 판단을 하지 않을까 불안해했던 허 씨는 A4 용지 6장 분량의 감사 편지를 서울북부지검 검사장 앞으로 보냈다.
진 검사가 승소 판결과 허 씨의 편지를 접한 것은 모두 병원의 입원실이었다. 평소 어지럼증을 과로나 빈혈로만 알았던 그는 지난달 뇌종양이란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병상에서 그는 “검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며 “‘정의는 지켜진다’는 신념으로 내가 수사하는 사건에서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고 싶었을 따름”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한 동료 검사는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로 한국이 외국인 인권에 무심한 나라라고 비판을 받았지만 진 검사처럼 외국인의 권리를 지켜 주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인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수영 사회부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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