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35년전 아들 구해준 은혜 이제야…”

  • 입력 2007년 1월 15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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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부산대병원 원장실로 70대 할머니가 찾아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서울 노원구에서 왔다는 최모(72) 할머니는 “35년 전 형편이 어려워 아들 병원비를 내지 않고 도망쳤습니다. 이제야 갚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연방 눈물을 훔쳤다.

1972년 1월경 부산에 살던 최 할머니는 급성폐렴에 걸린 아들의 병원비로 20만 원을 내야 했다.

그러나 남편의 실직 등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부담이 컸다. 해결 방법이 없던 할머니는 겨울밤 아들을 등에 업고는 병원에서 몰래 빠져 나갔다.

35년이 흐른 뒤 할머니는 평생 가슴에 묻어 두었던 빚을 갚기로 결심했다. 11일 오전 병원비 20만 원을 35년 만에 갚는다는 의미에서 35만 원을 병원 측에 건넸다. 이 돈은 할머니가 용돈을 틈틈이 모아 마련했다. 당시 폐렴에 걸렸던 아들은 건강하게 자라 지금은 서울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최 할머니는 “순간적인 유혹에 빠져 평생 죄인처럼 살았는데 이제야 마음의 짐이 조금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이 돈을 병원발전 후원금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후원금 기부자 명단에 최 할머니의 이름을 올렸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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