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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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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중저가 주택을 짓는가. 토지임대부 분양아파트는 용적률을 400% 수준으로 올리고 환매조건부 분양아파트는 소유권의 본질인 처분권을 제한한다. 신혼부부용 주택은 용적률을 높이고 고도제한을 완화한다. 이처럼 규제를 완화하면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중저가 주택을 짓는 데 따르는 단점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쉽게 하겠다는 대명제 앞에서 용인되어야 한다. 용적률 상향조정에 따라 주거 환경의 쾌적도가 떨어진다거나 처분권의 제한으로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는 등의 불편함이 있지만 내 집 마련이라는 기쁨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모든 제품에 고가와 중가, 저가품을 인정을 하면서도 주택에 대해서만은 품질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시계는 기념품으로 나눠 주는 1만∼2만 원짜리 전자시계부터 수백만 원 하는 결혼예물 시계도 있고 심지어 수억 원짜리 명품시계도 있다. 구두도 2만 원짜리부터 수십만 원짜리까지 다양하다. 빵도 공장 빵이냐 제과점 빵이냐에 따라 가격에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주택의 경우는 다르다. 우리 사회에서는 규모가 크든지 내장이 고급품 위주로 되어 있는 고가주택은 호화주택이라고 해서, 또 용적률이 너무 높거나 녹지율이 낮은 중저가 주택 건설은 난개발이라는 낙인이 찍혀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는다. 모든 주택은 일정한 규모와 품질이 갖춰져야 하고 가격도 소위 평당 얼마라는 기준에 따라 인근 아파트와 유사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주택에 대한 품질과 가격의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주택은 가격이 오르면 곧바로 다른 지역으로 파급되어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파급현상은 매도자 우위인 시장구조와 모든 제품을 동질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풍토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매도자 우위 시장구조를 매수자 우위의 시장구조로 전환하고 주택도 품질에 따른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가격 오름세의 파급효과는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장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주택시장을 다양화해 소득 계층별로 기호에 맞는 맞춤형 주택을 공급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그 첫걸음이 주택에서도 품질에 따른 가격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일이다. 이제는 주택도 고가 중가 저가품이 공급되어야 하고 각각의 존재 이유를 사회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토지임대부 분양, 환매조건부 분양, 신혼부부용 아파트 등 새로운 공급제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계기로 우리 사회도 주택에 대한 다양성이 인정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라야만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사회라 할 것이다.
최재덕 건설산업연구원 원장 전 건교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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