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양호 씨 뒤에 숨은 김진표 이정재 권오규 씨’

  • 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0분


재정경제부의 한 공무원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과 관련해 “김진표,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와 이정재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견해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편지를 썼다. 매각 대금 1조4000억 원의 거래를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 혼자 주물렀다는 검찰 수사 결과는 관가의 상식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재경부의 다른 공무원은 “그런 큰 사안은 먼저 장관에게 메모로 보고해 허락을 얻은 후 추진하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변 씨도 영장실질심사에서 ‘단독 범행’이라는 검찰 주장에 정책 결정은 시스템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거명된 사람들뿐 아니라 김석동(현 금감위 부위원장)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 권오규(현 경제부총리) 당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이 직간접으로 개입되지 않고서는 성사되기 힘든 일이다. 이보다 고위의 정치권이 관련됐을지도 모른다.

이 공무원의 편지는 ‘외환은행 매각은 당시 불가피한 정책 판단’이라는 전제 아래 “고위직들이 변 씨의 ‘무죄’를 주장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어떠한 정책 판단이라고 할지라도 집행 과정에서 은행의 재무 상태가 조작되는 불법이 개입돼선 안 된다. 검찰 발표처럼 설혹 이들이 변 씨에게 속았다고 해도 감독 직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 실무 책임자 변 씨의 등 뒤에 숨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권 부총리는 이 문제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린다는 것이 행정부의 방침”이라고만 말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침묵하고 있다.

론스타도 마찬가지다. 투자 이익을 챙기기 위해 한국에 온 사모(私募)펀드에 고도의 도덕성을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관련자들이 ‘주가조작’ 등의 혐의를 받고 있고 현재 범죄인 인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외국에 머물면서 ‘반(反)외자 정서’라는 비(非)법률적 용어로 한국 검찰을 비난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론스타의 투명성을 보여 주고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혐의를 벗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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