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홈스쿨링

  • 입력 2006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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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월 18일 미국 유타 주 카마스에 사는 농부 존 싱어는 농장에서 경찰관 4명과 대치하고 있었다. 그는 취학 연령기인 다섯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아 ‘의무취학법’ 위반으로 수차례 벌금형과 행정명령을 받았으나 이행하지 않았다. 독실한 모르몬교도인 싱어는 폭력, 섹스, 마약, 로큰롤, 욕설이 판치는 ‘소돔과 고모라 같은 학교’에 아이들을 보낼 수 없다며 6년째 집에서 가르치고 있었다. 그는 체포하려는 경찰에게 저항하다 결국 총에 맞아 숨진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아이를 교육시키는 ‘교육의 의무’와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취학의 의무’를 구분하자는 주장이 강해져 법정 공방 끝에 홈스쿨링(가정에서 하는 교육)이 합법적으로 인정된다. 초기에 종교적 이유로 시작된 재택(在宅) 교육은 공립학교의 열악한 환경, 교내 총기난사, 폭력, 따돌림 등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널리 확산됐다. 미국에서는 현재 130만∼150만 명이 여러 형태의 홈스쿨링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계된다. 최근 미국의 권위 있는 철자(스펠링) 경연대회에서 정규학교 학생이 아닌 홈스쿨링 학생들이 1, 2, 3위를 휩쓸어 홈스쿨링을 얕잡아 보던 사람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홈스쿨링이 점차 늘고 있다.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능력을 무시한 천편일률적 교육제도와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일종의 ‘맞춤교육’인 홈스쿨링에 대한 관심을 키운다. 경험자들은 바른 종교관과 가치관을 세울 수 있고 가족 간 유대감이 깊어진다고 말한다. 앞서가는 인터넷 환경과 박물관 미술관 등 현장 교육 덕분에 학습 능력도 그리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또래집단과 어울리며 함양되는 사회성이 결여될 수 있다는 등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인하대는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홈스쿨링 전형’을 통해 신입생 10명을 선발했다고 한다. 수능 성적 대신 검정고시 성적과 심층면접만으로 뽑았다고 한다. 인하대의 실험이 홈스쿨링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꿀지 궁금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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