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 가도 가도 사막길

  • 입력 2006년 9월 1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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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바둑판에 공간이 많지만 승부의 흐름은 막바지다. 사막의 낙타처럼 뚜벅뚜벅 걸어 역전할 수 있는 바둑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기를 써도 모래언덕을 벗어나지 못하는 바둑이 있다. 지금 이 바둑의 흑이 뜨거운 태양 아래 모래언덕을 기어오르는 기분일 것이다. 게다가 상대가 얄밉도록 냉철하게 대응하면 더욱 힘이 빠진다.

백90에 참고도 흑1로 순순히 잇고 앉아 있을 수 없다. 백2가 빤해 오히려 흑○가 외롭다. 그래서 흑은 91을 선수하고 93에 붙이는 맥점을 들고 나왔다. 이하 백104까지 흑은 좌변 백진을 깼으나 대신 백도 하변 흑진을 지워 버렸으니 장군 멍군을 부른 셈. 여전히 흑은 제자리걸음이다.

백110의 수를 두고 ‘안전빵’이라 부른다. 윤준상 4단이 코앞의 현찰인 흑111을 내주면서 두텁게 두는 속셈은 분명하다. “이걸로 이겼다”는 일종의 망치질이다. 백106 한점은 아슬아슬한 승부에서는 천금일지 몰라도 지금은 푼돈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백122, 124로 덤벙덤벙 두는 것 같은데도 좌중앙이 금세 온통 하얀 바다로 변한다.

해설=김승준 9단 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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