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원과 경찰, 이제야 할 일 하나

  • 입력 2006년 8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북한 김정일 정권이 직접 남파한 간첩이 9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에 검거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1일 구속 기소됐다. 북한의 대남 공작부서인 ‘35호실’ 소속 공작원 정경학 씨는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세 차례나 태국인으로 위장해 국내에 침투한 뒤 북한이 전시(戰時)의 정밀타격 대상으로 꼽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와 공군 레이더기지를 촬영하며 간첩 활동을 했다고 한다.

북한 인민무력부가 원자력발전소를 정밀타격 대상으로 삼은 것은 원전을 파괴하면 원폭을 투하하는 것과 같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라니 소름이 끼친다. ‘민족끼리’를 외치며 시도 때도 없이 손을 벌리면서 뒤로는 이런 짓을 하는 김정일 정권에 대해 우리는 그동안 너무 방심했다.

북한의 직파 간첩이 반복해서 국내에 침투해 활동한 것을 보면 정 씨 말고도 적지 않은 간첩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보기관과 경찰은 김대중, 노무현 두 정권에 걸쳐 간첩 잡는 임무에 관한 한 개점휴업 상태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간첩 잡는 사람이 잡혀 갈 판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마침 서울경찰청은 친북단체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북한의 선군(先軍)정치를 찬양하는 글을 여러 번 올린 친북단체 연구소의 상임 연구위원을 구속했다. 국정원이 간첩을 잡고, 경찰이 북한을 일방적으로 찬양한 사람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했다는 소식에 ‘웬일이냐’며 놀라는 사람이 많다. 친북좌파 세력이 반미 폭력시위를 벌이고 북한의 선전 선동을 남쪽에서 그대로 옮겨도 국가 공권력이 팔짱만 끼고 있는 모습을 숱하게 봐 왔으니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공권력은 5년 임기의 특정 정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보안법은 엄연히 살아 있고, 우리가 소중히 가꾸어 온 평화와 번영을 지키는 국가안보를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국정원과 경찰은 국가안보의 주역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두 기관은 이번에 모처럼 할 일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