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꼭짓점 댄스, 쪼그려 뛰기, 한국정치 현주소

  • 입력 200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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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공보부대표인 노웅래 의원은 한나라당이 지난주 가나안농군학교에서 연 수련회에 대해 “전형적인 보여 주기 식 이벤트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한나라당이 변화의 실체(實體)를 보여 주지 못한 채, 행사에 지각한 박근혜 대표가 벌(罰)로 쪼그려 뛰기를 하는 모습이나 보여 준 것은 ‘이벤트 정치’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한나라당에 요구되는 것은 사진 찍히고 보여 주기 위한 쇼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대안(代案) 세력’임을 입증할 수 있는 ‘정치와 정책의 콘텐츠’다.

그럼 열린우리당은 어떤가. 김한길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직자 200여 명이 10일 국회 분수대 앞에서 ‘꼭짓점 댄스’ 잔치를 벌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 등이 집단으로 춤 연습을 하고 있다. 춤 좋아하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시장 후보로도 인기가 높다고 하니, 열린우리당은 아예 ‘춤 선거판’을 벌일 모양인가. 먹고살기 힘겨운 국민을 재롱잔치라도 해서 위로하겠다는 것인가.

어제 강 전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은 온통 보랏빛 이미지의 데뷔였다. 옷부터 스카프, 구두, 립스틱 화장까지 보라 일색이었다. 컬러와 이미지를 앞세울 뿐, 서울이라는 ‘또 하나의 정부’를 어떻게 이끌지, 비전은 보여 주지 못했다. 막중한 서울시장직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검증해 볼 일이다.

다시 한나라당을 보자. 정당 지지율에서 앞서고 작은 선거에서는 이기지만 정작 정권을 다투는 대통령 선거에서는 연거푸 졌다. 바로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의제 선점(先占), 이슈 선도(先導)에 실패해 왔기 때문이다. 이벤트보다 급한 것은 시대 흐름과 민심을 제대로 읽고 적실성(適實性)과 설득력 있는 국정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속은 텅텅 빈 채 얄팍한 이미지로 국민의 마음을 훔치려는 여야 정치권의 행태가 역겹고, 그런 정치를 위해 세금을 바쳐야 하는 납세자들이 불쌍하다. 여러 민간분야는 눈부시게 발전해 선진국들과 겨루는데 정치는 왜 아직 이 모양인가. 유권자인 국민에게도 절반 또는 그 이상의 책임이 있다. 내달의 지방선거에서부터 ‘충동구매(衝動購買)’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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