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성규]동계올림픽은 부자 白人들의 잔치?

  • 입력 2006년 2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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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20일 두 번째 흑인 메달리스트가 나왔다. 자메이카 출신으로 캐나다 국적을 취득해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서 은메달을 딴 래슬레스 브라운은 영화 ‘쿨러닝’의 완성판이라 할 만하다. 앞서 19일 메달을 딴 또 한 명의 흑인은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우승한 미국의 샤니 데이비스. 그는 동계올림픽 개인 종목 최초의 흑인 금메달리스트이다.

이들의 메달 획득이 세계적인 뉴스가 됐던 것은 뒤집어 보면 동계올림픽이 그동안 ‘백인들만의 잔치’이며 ‘반쪽 올림픽’이었음을 보여 준다. 수치를 한번 살펴보자.

이번 대회 참가 선수는 85개국 2500명에 이른다. 그러나 하위 43개국 선수는 모두 합쳐봐야 123명이다. 이는 216명의 선수를 출전시킨 미국의 절반이 조금 넘는다. 세계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인도는 4명, 17개국은 단 1명의 선수를 출전시켰다. 아프리카 선수는 불과 9명으로 이 중 4명은 유럽에 산다.

메달 편중 현상은 더욱 심하다. 1924년 제1회 샤모니 대회부터 전체 메달의 3분의 2를 러시아(옛 소련 포함)와 독일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핀란드 미국 등 6개국이 가져갔다.

이런 현상이 생긴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일단 추운 겨울이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되겠는가.

동계 스포츠는 돈도 많이 든다. 4인승 봅슬레이 팀 하나를 구성해 올림픽에 나가려면 대략 50만 달러가 든다.

동계 스포츠의 양극화 현상은 같은 나라 안에서도 나타난다. 미국 인구의 약 20%가 흑인이지만 이번 대회에 참가한 흑인은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 히스패닉과 아시아계도 거의 없다. 흑인들이 강한 스포츠는 이른바 ‘백야드(backyard·뒷마당)’ 스포츠. 농구나 야구처럼 뒷마당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돈 안 드는 스포츠라는 얘기다.

백인들이 지배하는 대회에서 한국은 벌써 금메달 3개를 포함해 7개의 메달을 땄으니 그들 눈에는 놀라울 법도 하다. ESPN의 한 기자는 “한국은 도대체 쇼트트랙을 어떻게 그렇게 잘하느냐”며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묻기도 했다.

언제쯤 지구촌 전체의 동계올림픽을 볼 수 있을까. 꿈과 현실 사이는 아직 멀기만 하다.―토리노에서

김성규 스포츠레저부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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