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동용승]중국의 ‘對北접근 목표’ 바로 알아야

입력 2005-12-14 03:00수정 2009-10-0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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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중순 중국 랴오닝 성의 단둥을 방문했다. 2년여 만에 찾은 단둥은 북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져 있었다. 2002년 9월 12일 북한은 신의주를 행정특구로 지정하면서 개방을 선포한 바 있다. 당시 주룽지 중국 총리는 홍콩에 인접한 선전의 개방을 예로 들며 “신의주보다 남한에 인접한 개성에 주력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했다. 북한은 이를 무시하고 신의주 특구를 강행했고, 같은 해 11월 행정특구 장관이던 양빈이 중국 정부에 체포되면서 신의주 개발은 사실상 중단됐다.

3년이 지난 지금, 역으로 중국에서 신의주에 ‘일일 자유무역시장 개설’을 제안하고 있다. 북한을 의식해 개발을 제한해 왔던 북-중 접경지역을 중국이 나서서 개발하기 시작했다. 중국 쪽 압록강변을 따라 서해까지 고속도로도 건설되고 있다. 중국 관리들 말에 따르면 단둥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제2철교를 건설하기로 북한과 합의했다고 한다. 헤이룽장 성에서 지린 성을 거쳐 랴오닝 성에 이르는 둥볜다오(東邊道) 철도도 2008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이 철도는 북-중 접경지역과 인접해 지나간다. 최근 중국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은 이미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북한을 보는 중국 측 시각이 1, 2년 전에 비해 분명히 달라졌음을 이번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북한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는데도 중국의 대북(對北) 접근 방식에 변화가 나타난 이유가 궁금했는데, 그 단초를 ‘36호 문건’에서 찾을 수 있었던 것도 소득이었다. 2005년 6월 중국 국무원 판공처의 결정 사항을 담은 이 문건은 동북 3성 개발을 본격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동북 3성은 전통적으로 중화학 공업의 중심지였으나 개혁개방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상대적으로 중국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 중 하나로 전락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서부 대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동북 3성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졌던 것 같다. 경제 발전을 위해 국내 정치 안정을 중시하는 중앙정부로서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동북 3성의 개발이 필요했던 것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앞으로 균형발전을 지속하려면 중화학공업의 중심지인 동북 3성의 개발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동북 3성 개발과 북한과의 교류 확대는 깊은 연관성이 있다. 동북 3성이 개방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이유는 정치 군사적으로 민감한 러시아 및 북한과 인접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중국이 안정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을 지속하려면 주변지역이 안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36호 문건’에는 접경 국가들과의 경제 교류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북한과의 변경 무역을 장려하는 한편, 중국 기업의 북한 진출을 직간접으로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랴오닝 성 정부는 북한 진출을 계획하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중국은 자국 발전을 위해 북한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북한의 최대 약점인 경제 문제에 일정 부분 기여하면서 교류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러시아와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관계 진전에 주력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중국의 대북 접근이 가속되면서 북한이 중국의 ‘동북 4성’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경제적 곤경에 봉착한 북한이 자존심을 버리고 중국 자본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듯하다. 중국을 견제하려면 우리도 북한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의 안정과 지속 발전이라는 최우선 목표를 위해 북한을 보는 시각을 바꾸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목적으로 북한에 접근하고 있는가. 중국의 북한 진출을 견제해야 한다는 당위론을 내세우기 전에 미래의 국가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이 목표를 위해 남북관계를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중국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동용승 객원논설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seridys@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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