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기자의 히트&런]‘코끼리 사장’의 말…말…말

입력 2005-12-13 03:03수정 2009-10-0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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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은 많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 같아 다음 기회로 미룹니다.”

중견 야구인들의 모임인 ‘일구회’가 9일 주최한 일구대상 시상식. 대상 수상자인 ‘코끼리’ 김응룡 삼성 사장의 소감은 이랬다.

순간 장내에 ‘싸∼한’ 기운이 엄습했다. 곧이어 김 사장은 성큼성큼 행사장을 빠져나가 버렸다. 동석했던 다른 구단 사장들의 당황스러운 얼굴….

역시 ‘코 사장’이었다. 야구계에서 그는 김 사장 대신 코 사장 또는 코 감독으로 불린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명장, 감독 출신 첫 최고 경영자인 코 사장. 그는 코 감독 시절부터 거침이 없었다.

2002년 ‘국민타자’인 이승엽을 “영양가 없는 타자”라며 7번 타순에 배치했고, 본헤드 플레이를 한 박한이에게는 “완전 정신병자야”라고 한 적도 있다. 2004년 말에는 박찬호에게 “딴 짓 하지 말고 야구만 해라”라고 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무척 자존심이 상할 만하다. 어지간한 사람은 그런 표현을 절대 못한다. 그러나 코 사장은 다르다. 옳다고 믿으면 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코 사장도 올해 사장 1년 동안은 말을 아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제 할 말은 하겠다”고 선언하더니 야구인 골프대회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 프로야구는 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교롭게 그 발언이 있고 나서 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물러나고, 코 사장의 부산상고 선배인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이 차기 총재 후보로 급부상했다. 코 사장은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고 항변했다.

뒤에 숨은 뜻을 떠나 코 사장이 제기한 ‘프로야구 위기론’은 야구인이라면 누구나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오히려 그동안 침묵했던 다수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일구회 시상식 다음 날 열린 한 언론사의 시상식에서 코 사장은 또 상을 받았다. 그는 이번에는 “올 초 구두 두 켤레를 샀는데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다 닳았다. 상금으로 구두 열 켤레를 사서 야구 발전을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코 사장의 다음 발언이 더욱 기다려진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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