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가 올해로 일흔 살이 됐다. 지금은 인터넷을 이용해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위치 검색, 생활 및 지역 정보까지 제공하는 첨단 서비스로 발전했다. 한 달 이용자만도 연인원 7000만 명에 이른다. 114와 같은 세 자리 특수전화번호는 일제강점기인 1935년 경성중앙전화국의 전화교환방식이 자동식으로 바뀌면서 시작됐다. 화재 및 구급신고 전화인 119도 당시 같이 도입됐다. 114는 ‘일일이 사람을 찾다’, 119는 ‘일일이 구조하다’로 생각하면 그럴듯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특수전화번호는 70여 개다. 110(전화 고장) 111(테러) 112(범죄) 113(간첩) 125(밀수) 127(마약) 131(일기예보) 132(법률구조) 134(관광정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달 1일 개통된 129가 가장 최근에 등장한 특수번호다. 소득 보장, 복지서비스, 건강 생활 및 긴급 지원에 대한 정보와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서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건강 복지 도우미가 되길 기대한다.
▷하지만 이들 특수번호의 쓰임새를 모두 숙지(熟知)하고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실제로 상당수 번호는 한 달 이용자가 1만 명이 채 안 된다. 111과 113처럼 비슷한 목적의 번호를 통폐합해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911(소방 및 응급서비스) 등 ‘×11’ 코드로 단순화해 8개만 운영하고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 응급 전화번호가 헷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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