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全성은 교육혁신위’가 의도했던 나라

  • 입력 2005년 9월 6일 03시 03분


전성은 전 대통령자문교육혁신위원장이 추진했던 교육정책이 백서를 통해 공개됐다.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3∼5등급제 실시와 국립대 공동학위제 등을 도입하려 했으나 교육인적자원부와 기득권을 지키려는 일류 대학들의 저항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이 그 골자다.

2003년 7월부터 2년간 진행된 ‘전성은 교육혁신’의 핵심은 한마디로 ‘학력 철폐’다. 혁신위 안(案)대로 수능시험 성적이 상중하 3등급으로 확정됐다면 대입 응시자 60만 명 중 20만 명이 상 등급을 받게 된다.

이 규모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서울캠퍼스 입학정원을 합한 인원의 20배이고, 국공립대와 수도권 사립대 정원을 합한 인원보다도 많다. 현행 수능 9등급제하에서도 1등급이 4%나 돼 변별력이 거의 없다는 지적인데 이렇게 되면 수능시험은 완전히 변별력을 잃는다. 여기에다 학교생활기록부 대신 교육이력철(교사나 학교가 기록한 학생의 전 교육과정)로 뽑을 경우 대학이 수험생의 실력을 판정할 방법은 없어지게 된다.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의 국립대 교수와 학생들을 자유롭게 이동시키자는 국립대 공동학위제는 사실상 서울대 폐지이거나, 국립대 평준화 조치나 다름없다. 대부분의 교수와 학생들이 모두 서울대에서 교육하고, 교육받기를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헌법 조항에서, ‘능력에 따라’는 빠지고 ‘균등하게’ 교육받는 결과의 평등만 강조되는 셈이다.

전 전 위원장은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통해 우리 교육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켜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교육 정상화’로는 경쟁력은 물론 교육혁신위가 목표로 하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지식문화강국’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다행히 후임인 설동근 제2기 혁신위원장은 학교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누구든 세계화 추세에 거꾸로 가는 교육정책은 혁신이 아니라 ‘죄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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