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反정부적이기까지 한 국정홍보처

  • 입력 2005년 9월 2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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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홍보처가 정부 정책을 ‘악의적으로 왜곡 보도’하는 언론 매체에는 별도의 특별 회견도, 기고(寄稿)도 하지 말라고 각 부처에 공식 문서를 보냈다. 이 같은 언론 정책은 반(反)국민적일 뿐 아니라 정부를 자해(自害)한다는 점에서 반(反)정부적이기도 하다.

정부가 예컨대 특정 신문을 ‘악의적인 왜곡 보도 매체’로 규정했다고 치자. 정부가 이 신문에는 기고도, 단독 회견도 하지 않는다면 이 신문의 독자인 국민에게 정책을 설명할 기회를 그만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된다. 정부가 특정 신문을 통한 홍보를 거부 또는 외면하더라도 국민은 각자의 판단에 따라 이 신문을 보기 때문이다.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우선 국민에게 잘 알리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국정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기여해야 할 국정홍보처가 일부 언론을 통한 홍보를 포기하라고 하니 정부에 득이 되겠는가.

모든 국민이 ‘왜곡’에 대한 정부의 잣대에 동의하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일부 국민은 정부의 일방적 잣대 때문에 특정 매체를 통해 특별 회견이나 기고에 접할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알 권리’의 일부를 침해받는 셈이다. ‘국민 누구나 정부가 하는 일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국정홍보처의 서비스 헌장이 무색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정치와 언론이 동반자적 협력 관계로 가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국정홍보처의 행태는 이런 관계를 지향한다고 볼 수 없다. 국정홍보처가 이러니 대통령 말의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국정홍보처는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을 하고 싶은지 모르지만 결과는 반(反)대통령적이지 않을까.

더구나 국정홍보처의 ‘정책홍보 기준’에는 악의적 왜곡 보도의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다. 이러니 ‘악의적 매체’로 꼽힐 만한 언론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이기 쉽다. 정부는 위헌을 무릅쓰고 특정 신문의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신문법을 만들었다. 이도 모자라 ‘기사 배급제’까지 실시하겠다는 형국인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부동산 대책 홍보에 43억 원의 별도 예산까지 책정해 국민 세금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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