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김일주/“C 말고 D학점 주세요”

  • 입력 2005년 8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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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가는 길에 줄지어 걸려 있는 플래카드 중 하나가 발걸음을 붙잡았다. ‘교수님, C+ 대신 D 주세요’라는 문구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학점을 더 낮춰 달라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나를 사로잡았다. 사정을 알아보니 D학점 이하를 받은 수업만 재수강할 수 있게 된 데 불만을 품은 새내기들이 재수강이라도 하게 학점을 낮춰 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었다.

2, 3년 전에도 재수강 제도 변경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당시 나는 C학점이라고 재수강을 못한다니 말이 되느냐며 흥분했고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C학점도 재수강이 허용되면서 논쟁은 수그러들었다.

사정은 이랬다. 과도한 재수강 열기를 식히려고 학교 측에서 재수강이 가능한 학점을 제한하기로 했고 학생들이 반발했던 것. 결국 학교는 2005년 신입생부터 재수강 가능 학점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덕분’에 올해 입학한 새내기들만 울상이다. 교실에는 재수강하는 선배들이 넘치는데 자신들은 맘대로 재수강을 할 수 없기 때문. C학점이 나오면 교수님께 찾아가 아예 D를 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중간고사를 망치면 ‘어중간하게 하느니 재수강하지’라며 학업을 포기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학점은 대학 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보여주는 실질적 잣대다. 입사원서를 쓸 때는 물론이고, 당장 새내기들은 1년 뒤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학점을 받는 게 중요하다. 게다가 상대평가의 현실 앞에서 ‘그러게 열심히 하지 그랬느냐’며 학생들만 몰아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재수강 제도 변경의 취지는 공부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취지와 달리 부작용이 속출하고, 많은 학생들이 제도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학교 당국은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게 옳지 않을까.

김일주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년·본보 대학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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