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상록]정치권 ‘서울공항 발언’ 딴뜻 없나

  • 입력 2005년 4월 22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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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항이 성역은 아니다.”(열린우리당 김한길 수도권발전대책특별위원장, 21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서울공항 이전 문제를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한덕수 경제부총리,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이전과 개발 가능성을 둘러싼 정부와 여당 인사들의 엇박자가 정도를 넘어선 느낌이다. 최근 한 달여 동안 정부와 여권의 책임 있는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이 문제를 언급했으나 결론 없이 논란만 계속될 뿐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당정 간에 서울공항 이전에 대해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쳤다”며 이전 가능성을 언급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하지만 이정우(李廷雨)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같은 날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달 15일에는 한 부총리가 “서울공항 등 수도권에 아직 쓸 만한 땅이 많다”고 했다.

서울공항 개발 논의는 이미 오래된 얘기다. 서울 강남의 인접 지역으로 주변 환경과 교통 여건이 뛰어나 10여 년 전부터 강남의 대체 주거지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120만 평의 공항 터에 근처 개발제한구역까지 포함하면 최대 500만 평까지 개발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방부가 수도권 방위의 핵심 거점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환경단체들도 수도권 과밀화와 난개발을 우려해 진척을 보지 못했다.

최근 여권 인사들이 뻔히 당장은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이 문제를 계속 언급하는 것은 다른 속내가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4·30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성남 중원구가 꼽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정부나 여당 관계자의 한마디는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말이 미칠 파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잇따른 서울공항 문제 언급으로 공항 주변 땅값은 이미 크게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발언 뒤에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여당 인사와 정부 당국자들은 서울공항과 관련한 자신들의 발언에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덧씌워지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여권이 오히려 투기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상록 경제부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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