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권당, 내 밥그릇 챙길 땐 反개혁인가

  • 입력 2005년 4월 11일 2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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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2002년 불법 대선자금의 국고 환수에 대해 “적법하게 할 방법이 없다”고 그제 말했다. ‘소급입법에 따른 위헌(違憲)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법리(法理)대로라면 집권당의 불법 대선자금 국고 환수라는 국민에 대한 약속은 1년여 만에 없었던 일이 된다. 지난해 2월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은 110억 원의 대선 불법자금을 “모두 반납하고 모자라면 정당보조금을 삭감해서라도 갚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실상 못 갚겠다고 하니 결국 국민을 우롱한 셈이다.

열린우리당은 작년 4·15총선 때 ‘불법정치자금 국고환수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받은 불법정치자금 또는 뇌물을 국가가 소송을 통해 국고에 환수하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불법자금을 받은 개인은 물론이고 그 돈을 유입한 정당도 책임을 지도록 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9월 이 법안을 ‘17대 국회 개혁법안 1호’라며 소속의원 151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했으며 이번 4월 국회의 우선처리 대상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에 묻는다. 명색이 여당이고 다수당이라는 정당이 ‘개혁법안 1호’의 위헌 소지조차 사전 검토하지 않았단 말인가. 그렇다면 숫자만 많은 ‘무능(無能) 정당’이고, 알면서도 시간을 끌다가 뭉갤 속셈이었다면 국민을 속인 ‘기만(欺瞞) 정당’이다.

원 의장은 같은 날 공직자의 불법 취득 부동산에 대한 국고환수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남의 밥그릇을 쳐다볼 때는 ‘개혁’이 생각나고 내 밥그릇을 앞에 놓고는 반(反)개혁이라도 좋다는 얘기인가. 이러면서 허구한 날 개혁을 외쳐봐야 잠꼬대밖에 더 되겠나.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도덕성이 걸린 공약마저 지키지 않는 집권당이 신뢰를 얻을 수는 없다. 열린우리당은 불법 대선자금을 국고에 넣어야 한다. 국민과의 약속은 법리의 차원을 넘어서는 공당(公黨)의 정치행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소급입법이 문제라면 자진반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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