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 러 유전투자 풀리지 않는 의문점

  • 입력 2005년 4월 5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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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사할린유전 투자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 조사마저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철도청을 유전사업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진 허문석(許文錫·71·지질학 박사) ㈜한국크루드오일(KCO) 대표가 4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돼 허 씨가 귀국하지 않는다면 감사원 조사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허술한 감사원 조사=5일 감사원에 따르면 사할린 유전투자 사건에 대한 첩보를 감사원이 처음 접한 것은 지난해 12월경. 그러나 감사원은 2개월여 동안 이 사건을 감사할지 저울질만 하다가 3월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또 이 사건이 언론에 공개된 직후인 지난달 말 뒤늦게 부동산투자회사 하이앤드 대표 전대월(全大月·43) 씨만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전 씨는 당초 철도청과 민간사업자가 합작해 설립한 KCO의 최대 지분 보유자(42%)였다.

감사원은 철도청을 유전사업에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허 씨, 전 씨에게 유전사업을 제의한 쿡에너지 대표 권광진(權光鎭·52) 씨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허 씨는 열린우리당 이광재(李光宰) 의원 및 이 의원의 후원회장인 이기명(李基明·69) 씨 등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어서 감사원이 그에 대한 사전 조사를 소홀히 했거나 조사 의지가 약했던 게 아니냐는 의문까지 일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당시 이 사건에는 전 씨가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허 씨는 범죄 혐의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 미국 국적 보유자로 미 대사관의 동의 절차 등이 필요해 출국정지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석연찮은 지분 변동 이유=지난해 8월 17일 러시아 유전사업 투자를 위해 철도청과 민간사업자 등이 합작해 설립한 KCO의 당초 지분은 전 씨가 42%, 한국철도교통진흥재단이 35%, 권 씨가 18%, 허 씨가 5%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출범 한 달 만인 9월 15일 철도재단 95%, 허 씨 5%로 지분이 바뀌었다.

권 씨는 “전 씨가 철도청 관계자 등과 함께 나를 유전사업에서 배제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씨는 “우리은행 측이 대출서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권 씨가 신용불량자이며 내 소유인 하이앤드그룹이 부도난 사실이 드러나 은행 측이 그렇게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철도청이 공동투자자의 재무상황을 검증하지 않고, 러시아 유전회사와 계약까지 한 셈이 된다.

▽철도청이 계약을 파기한 이유=철도청이 무모할 정도로 성급히 손을 댄 사업에서 지난해 11월 중순 서둘러 발을 뺀 이유도 석연치 않다.

권 씨는 “전 씨에게 돈을 꿔 준 사채업자가 청와대에 투서하자 철도청이 서둘러 사업에서 철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철도청은 “실사과정에서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해 중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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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감사원, 건교차관 불러 외압여부 조사▼

감사원은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 투자 의혹과 관련해 5일 투자 당시인 지난해 철도청장을 지냈던 김세호 건설교통부 차관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감사원 관계자는 “김 차관에 대한 조사에서 철도청이 지난해 9월 사할린 유전 인수 계약을 하고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경위와 사업 결정 과정에서 외압이나 청탁이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은 6, 7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및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각각 석유공사와 철도공사에 보내 관계자들에 대한 면접조사와 자료 수집 등 본격적인 진상조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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