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야구, 눈물의 드라마

  • 입력 2005년 3월 15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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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 스포츠의 세계는 더욱 그렇다. 승자의 환호 뒤에는 패자의 한숨이 배어나온다.

기자도 야구 취재를 하면서 숱한 눈물을 목격했다. 괜스레 옆에 있는 사람까지 가슴이 미어지게 만드는 그런 눈물 말이다. 한(恨)으로 뭉친 우리네로선 환희보다는 눈물이 더욱 감동적인 게 사실이다.

첫 눈물은 기자가 햇병아리 시절인 1991년 가을에 봤다. 당시 빙그레 김영덕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운영의 귀재로 불렸지만 한국시리즈만 가면 맥을 추지 못했다. 김응룡 감독의 해태와 3번째 맞붙은 그해는 더욱 참담했다. 1승도 건지지 못한 채 내리 4패.

패장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다고 기자가 가만히 있을 리 만무. 급기야 대전구장 감독실을 찾아 들어갔고 그 때의 곤혹스러움이란…. 기자는 책상 위를 흥건히 적신 최고령 감독의 닭똥 같은 눈물을 보고야 말았다.

그러고 보면 요즘은 승자보다 ‘아름다운 패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지는 경향이다. 최근에는 2002년과 2003년 한국시리즈 패자인 LG와 SK가 뜨거운 격려를 받았다.

2002년은 LG가 삼성에 2승4패로 무릎 꿇은 해. 김성근 감독과 고관절무혈괴사증이란 희귀병을 앓고 있던 김재현을 비롯한 LG 선수단은 패배가 확정된 뒤에도 한동안 대구구장을 떠나지 못했다. 이 패배는 한 달여 후 김성근 감독의 중도사퇴를 낳았고 그해 12월12일 제자들이 마련한 ‘눈물의 회갑연’으로 이어졌다.

2003년은 초보 돌풍을 일으킨 조범현 SK 감독이 현대에 3승4패로 지고 난 뒤 “(사부인) 김성근 감독님께 우승컵을 바치고 싶었다”며 입술을 깨물어 기자를 울렸다.

프로야구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올 프로야구는 지난 주말 시범경기 개막을 시작으로 8개월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올해는 또 어떤 눈물의 드라마를 보게 될까. 벌써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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