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용관]‘감동稅政’ 투명한 세무조사부터…

  • 입력 2005년 2월 23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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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으로 출마한다는 게 알려지니까 세무조사를 한다고 내 회사를 뒤집어 놓더라.”(총선출마 경험이 있는 한 기업인)

“복지사업과 관련해 거액의 법인 간 거래를 했다가 수십억 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일단 때리고 보는 식이다. 이의가 있으면 불복신청을 하라는데 그 비용과 스트레스는 어디서 보상받는다는 말이냐.”(수도권의 한 기업인)

최근 어느 사석에서 오간 대화 내용이다.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개인이건 기업이건 세무조사에 대한 불신은 여전한 것 같다.

불신의 가장 큰 요인은 ‘투명성 부재’다. 어떤 기준으로 세무조사를 받게 됐는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혹 권력 실세에 밉보인 게 있나”, “경쟁 기업이 장난친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마련이다.

부패방지위원회가 23일 토론회를 열고 ‘세무조사 혁신 방안’을 제안한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부방위 홍현선(洪泫善) 제도개선심의관은 주제 발표에서 “세무조사 관련 주요 사항을 국세청 내부의 훈령이나 지침으로 규정해 ‘비공개’로 운용함으로써 국민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며 조사 대상 선정, 제외 기준, 조사 절차, 방법, 기간 등을 국세기본법령에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무조사의 기준 등을 국세청 직원들만 알 수 있게 숨겨 놓지 말고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취지다.

이에 국세청은 “방향은 맞는데…”라면서도 떨떠름한 반응이다. 세무조사의 주요 사항을 법령으로 공개할 경우 영악한 납세자들이 이 규정을 피해 요리조리 세금을 빼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예규나 훈령에 규정할 사항을 법령에 담는 것은 입법 기술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세청이 혹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둘러온 세무조사의 위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해 이 같은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아닐까.

국세청은 올해 시정목표를 ‘감동세정’으로 정했다고 한다. 납세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무조사의 투명성 제고야말로 감동세정의 출발이라는 것을 깊이 새겼으면 한다.

정용관 정치부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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