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명건]초선의원들의 막말

  • 입력 2004년 12월 5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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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정권의 개 노릇하던 ××들.”

시정잡배의 싸움판에서 나온 욕설이 아니다.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 문제를 놓고 몸싸움을 벌인 직후 초선인 열린우리당 이목희(李穆熙)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내뱉은 말이다.

이날 밤 법사위에선 역시 초선인 한나라당 주성영(朱盛英) 의원이 열린우리당 초선 선병렬(宣炳烈) 의원과 설전을 벌이다 “(야구감독) 선동렬이 병에 걸리면 선병렬이 된다”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4일 이어진 법사위에서도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잇따랐다.

초선인 열린우리당 유기홍(柳基洪) 의원은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재선) 의원에게 “심재철 씨, 당신 어디 가서 서울대 총학생회장 했다고 얘기하지 마”라고 반말을 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주성영 의원이 “(유 의원이) 총학생회장을 못해서 콤플렉스가 있다”고 받아쳤다. 대학교수 출신인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정말 수준이 낮다. 창피하다”고 혼잣말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국보법 폐지안 상정 문제에 대해 양당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논의 과정에서 서로 신경이 예민해지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개혁바람’을 타고 대거 당선된 초선 의원들의 저속한 언행은 개혁의 모습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느낌이다.

특히 20여 년 동안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이목희 의원의 거친 발언에 대해서는 여당 동료 의원들에게서도 “군사독재 시절 정권에 항거했다는 ‘도덕적 우월감’에서 비롯된 것 같다”며 ‘지나친 발언’이란 반응이 나왔다. 한 한나라당 의원은 아예 “이 의원이 바로 현 정권의 개 아니냐”는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국민이 바라는 의원 상(像)은 목적 달성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싸움꾼’이 아니라 대화와 논리로 국정 현안을 합리적으로 풀어 가는 ‘신사’형 정치인이다.

여야 초선 의원들은 10일 ‘국회개혁’의 기치를 내건 ‘초선연대’를 발족할 예정이다. 그러나 구태(舊態)를 벗어던지지 못한다면 정치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그들의 다짐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명건 정치부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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