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강준만의 '기회주의' 비판 정면 반박

  • 입력 2004년 8월 24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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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사진)이 ‘인물과사상 9월호’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강도 높게 비판한 전북대 강준만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유 의원은 24일 참여정치연구회 홈페이지(www.kkida.net)에 ‘존경하는 강준만 선생님께’란 제목의 글을 남겼다.

유 의원은 강 교수가 노무현 대통령을 ‘어설픈 마키아벨리’로 열린우리당을 ‘기회주의 정치집단’으로 규정하고 유 의원은 부끄러움을 느낄 능력조차 없는 ‘멸사봉공 정신중독자’라고 표현한 것을 언급하며 “다른 사람도 아닌 (존경하는) 강준만 선생님께 이런 말을 들으니 마음이 많이 아프다”며 글을 시작했다.

유 의원은 먼저 대선을 앞둔 2002년, 민주당 ‘반노파’가 후보교체를 책동 할 때 강 교수가 “정당으로 쳐들어가자”고 외친 것을 상기시켰다.

유 의원은 “우리(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열린우리당의 열성당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는 선생님이 생각했던 것과 똑같은 뜻을 품고 정당으로 쳐들어 왔다”며 “다른 정당보다 열린우리당에서 그 뜻을 실현하는 것이 현실적 의미가 크고 그 뜻을 이루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기에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당시 강 교수와 현 열린우리당 당원들 사이에는 정당개혁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는 것.

유 의원은 “우리의 첫 번째 소원은 돈 안쓰는 깨끗한 정당을 만드는 것, 두 번째 소망은 헌법이 규정한 주권재민의 원리에 따라 당원이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는 민주적인 정당을 만드는 것”이라며 “선생님도 우리와 같은 소망을 가졌던 게 아니냐”라고 강 교수에게 물었다.

유 의원은 “최근 한화갑 대표의 말 처럼 민주당이 당비 내는 당원이 중심이 되어 새롭게 변화하려는 노력을 2년 전에 했다면 민주당의 분당은 없었을 것”이라고 가정하며 “하지만 당시 민주당 다수파는 혁신 요구를 거절했고 그 결과가 분당이었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그런데 이 소망을 이루기 위해 쏟은 그 모든 노력이, 겨우 ‘기회주의 정치세력’의 승리를 도운 결과가 되었다니,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 교수와 견해를 달리했다.

강 교수는 월간 인물과사상 9월호에서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에 대한 열렬한 지지는 ‘집단적 기회주의’이며 ‘시대적 광기’이자 ‘싸움질 정치로 국정운영을 대신하겠다는 헤게모니 투쟁’이다”라고 규정했다. 강 교수는 또 민주당 분당과정에 대해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 집단이 어떤 명분을 선점해 그걸 여론재판으로 치고 나가면서 자신은 선의편에 서고 다른 집단은 악의 편으로 몰아넣는 식의 싸움질은 옳지않다”며“기회주의로 일어선 정당은 언젠가 또 다른 기회주의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비난했었다.

유 의원은 열린우리당을 기회주의 집단으로 규정한 강 교수의 견해에는 부분적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에는 선생님의 시선이 닿지 않은 구석도 있다”며 최근 열린우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간당원 자격에 관한 당헌 조항 개정을 둘러싼 갈등을 예로 들었다.

유 의원은 이를 가리켜 “우리는 지금 열린우리당 안에서 정당개혁운동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훌륭한 대통령이든 ‘어설픈 마키아벨리’든, 열린우리당에 기회주의자들이 많든 적든 상관하지않고 정당개혁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유 의원은 “민주당의 몰락을 안타까워하지 말라”고 강 교수를 위로하며 “민주당은 역사적 과오를 다한 뒤 소멸하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선생님이 ‘인간관계’ 때문에 민주당의 분열과 몰락을 안타까워하는 게 아닌 것처럼, 저도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간관계 때문에 정당개혁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인정해 주셨으면 한다”는 부탁도 했다.

유 의원은 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지식인’ 이지만 ‘자신은 정치인’ 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유 의원은 “정치를 하는 동안 제가 지지하는 대통령의 성공과 제가 속한 정당의 발전을 실현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겠다”며 “열린우리당에 대한 선생님의 부정적 평가가 너무 성급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당원으로서 제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우리가 정당개혁에 실패한다면 선생님의 평가와 비판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이 피할 수 없는 ‘적대적 긴장관계’를 우리 두 사람 모두 당분간을 견뎌나가야 할 것 같다”며 글을 맺었다.

▶유시민 “우리는 정당으로 쳐들어왔습니다”전문 보기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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