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책의향기]“아이들과 요리하며 과학도 요리”

  • 입력 2004년 6월 11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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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과 함께 요리를 통해 배우는 과학책을 펴낸 과학교사 이영미씨.사진제공 부·키

두 딸과 함께 요리를 통해 배우는 과학책을 펴낸 과학교사 이영미씨.사진제공 부·키

어린 딸에게 “냄비가 뜨거우니 만지지 마”라는 말 대신 “왜 냄비는 플라스틱 손잡이 부분이 철로 된 몸체보다 덜 뜨거운 걸까?” 하고 묻는 엄마.

“엄마, 달걀찜 언제 다 돼요?” 대신 “왜 냄비의 물은 끓는데 냄비 속 그릇에 담긴 물은 안 끓어요?”라고 물어보는 딸.

뜨거운 냄비를 통해 엄마는 열전도율을 가르치고 냄비 속 달걀찜을 보면서 딸은 중탕의 원리를 배운다.

대구 경북여자정보고등학교 과학교사인 엄마 이영미씨(39)가 두 딸 윤예슬(15) 정빈(8)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며 이렇게 나눈 대화를 모아서 책으로 펴냈다. ‘요리로 만나는 과학 교과서’(부·키). 요리 등 일상생활을 통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교까지의 과학 원리를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보통 일하는 엄마들은 퇴근하면 저녁 준비부터 하잖아요. 하루 종일 엄마 오기만을 기다렸던 아이에게 ‘밥하는 동안 저리 가서 놀고 있어’라고 하기 보다는 ‘이리 와서 엄마와 함께 재미있게 저녁을 같이 만들자’라고 말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다른 일하는 엄마들처럼 이씨 역시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낼까’를 생각하다가 아예 부엌을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배움터로 만들어 버렸다. 맏딸 예슬이는 ‘주황색’을 ‘당근색’으로 먼저 배웠을 정도다. 이씨는 아이들이 좀 더 자란 뒤에는 머핀을 구우면서 “물을 60cc 넣으려면 15cc와 10cc짜리 계량스푼으로 몇 숟갈 필요할까” 하는 식으로 셈을 가르쳤다. 팝콘이 튀겨지는 과정을 함께 보며 물질의 상태 변화와 에너지를 설명했다. 또 카레라이스를 만들며 끓는점과 압력을, 샌드위치로는 지층과 층리를, 녹슨 은수저로는 산화 환원의 원리를 깨우쳐줬다.

“과학은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우는’ 어렵고 딱딱한 무엇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생활의 일부라는 것을 아는 게 과학적 사고의 출발점이죠. 이 책을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보면서 과학을 조금이라도 더 친숙하게 느낀다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이씨는 현재 한 포털사이트에 ‘모성애 결핍증 환자의 아이 키우기’(http://ncolumn1.daum.net/rhea84)도 연재 중이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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