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3인 라운드 절대 안돼” 막무가내 골프장

  • 입력 2004년 5월 25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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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직장인 김모씨(56)는 경기 용인시에 있는 태광CC를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정규코스를 예약했으나 4명이 아닌 3명이기 때문에 라운드를 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은 것.

김씨는 “한 명이 사정이 생겨 못 왔다. 그런 일이 다반사 아니냐”고 따졌으나 골프장측은 “골프 치러 오다가 1명이 교통사고가 나도 할 수 없다. 3인 플레이는 안 된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태광CC는 4월 13일부터 회원, 비회원을 막론하고 ‘3인 플레이 무조건 금지’ 규정을 만들어 4인이 안되면 라운드를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렇다 보니 이 골프장에선 직원과 예약한 골퍼들이 언성을 높이며 실랑이하는 모습을 매일같이 볼 수 있다.

3인 플레이 금지 규정에 대해 골프장협회에선 “내규는 전적으로 골프장 전권이지만 요즘 3인 플레이를 금지하는 골프장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며 “오래전 한 골프장이 비슷한 제도를 만들었다가 회원들이 반발해 1주일 만에 철회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태광측은 “예약 골퍼의 30% 정도가 3인 플레이를 하는 바람에 경영상의 어려움이 생겨 만든 규정”이라며 “회사의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해명하지만 국내 골프장에서 유일한 ‘3인 플레이 금지 규정’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는 점을 악용한 골프장의 횡포나 다름없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2002년 일단 라운드를 시작하면 그린피를 모두 내야 한다는 규정을 바꿔 천재지변이 생길 때는 그린피 일부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시정명령을 내린 적이 있다”며 “3인 플레이 금지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검토해 볼 사안이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보호원도 “피해자들이 뜻을 모아 공정위에 제소할 만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경기를 빨리 진행하기 위해 사방에 꽂아 놓은 OB 말뚝, 필드 옆에서 굉음을 내며 공사하는 작업차량들, 손님들에게 “느리다”고 핀잔을 주는 불친절한 캐디, 게다가 4명이 안 되면 라운드 금지까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골프장인지 모르겠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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