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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21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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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시즌 타이거즈는 롯데전에서 17승 1무 1 패라는 전무 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가장 빈약한 자원을 가지고 경기를 했던 프로야구단으로 기억되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기록을 무참하게 박살내며 단일팀 상대 연승 신기록을 수립해버린 것이다. 그것이 불과 몇개월 전의 일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 그일은 옛날 일이었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일 뿐이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더이상 타이거즈에게 호락 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연승기록을 만들어주던 팀은 더욱 아니었다. 오히려 앞으로 타이거즈가 롯데 자이언츠에게 얼마나 시달릴 것인가를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5위와 꼴찌의 대결은 외견상 5위의 승리가 예상되는 대결이 될 수도 있었다. 더더군다나 작년도에 그렇게 뭇매를 맞던 자이언츠인 바에야 그리고 타이거즈의 선발투수가 그래도 타이거즈를 대표하는 1선발 리오스인 바에야 적어도 승리는 타이거즈의 몫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작년도 타이거즈에게 유일한 1승을 거두었던 주형광 선수가 얼마나 위력적인 투수인지 잘 알지 못했던것부터 실수였으며 타이거즈에게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 예감이 맞아가듯이 롯데 자이언츠는 작년의 한을 분풀이 하듯이 12-4라는 큰 점수차로 대승을 거두고 1차전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앞으로 벌어질 대결의 전망을 롯데 쪽으로 이끌고 왔다.
오늘 롯데 자이언츠의 승리의 주역은 다름 아닌 이인구 선수였다. 사실 이인구라는 선수가 어떤 기록을 가지고 있는지 조차도 잘 모른다. 그가 타이거즈전 이전에 기록한 유일한 기록은 볼넷이었다. 그는 적어도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손인호 선수 대신 자리를 꿰찬 후보 선수여야했다.
그러나 그런 선수가 아니었다. 적어도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그는 손인호 선수의 대신이 아니라 그가 주전이었다. 타격 주루 플레이 수비 모든 면에서 그는 손인호 선수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조용한 탐색과 줄다리기
롯데 자이언츠와 타이거즈의 초반 탐색은 조용하기만 했다. 두팀은 1회와 2회 이렇다할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3회초 롯데 자이언츠는 작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느팀에나 한두명 있는 타이거즈에게 강한 타자 중 한명인 최기문 선수는 선두타자로 나와 좌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1할대의 극심한 타격 부진을 보이던 박기혁 선수가 또다시 좌전안타로 무사 1.2루의 기회를 만들어주며 심상치 않은 전주곡을 보여주었다.
정수근 선수가 번트 실패로 3루 플라이로 물러나고 최기문 선수 마저 2루로 귀루하지 못해 더블 아웃이 되면서 기회를 잃는듯 했으나 조성환 선수가 좌월 2루타를 쳐서 첫득점을 그리고 김주찬 선수 마저 우월 2루타를 만들어 타이거즈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적어도 몇개월 전이었다면 자이언츠는 무득점이어야 옳았는데... 그렇게 롯데 자이언츠는 와신 상담의 위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기아타이거즈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4회말 1사후 5번타자 홍세완 선수가 볼넷으로 출루하며 기회를 잡았다. 박재홍 선수가 3루 땅볼로 아웃되어 또다시 기회를 잃는듯 했으나 심재학 선수가 우월 홈런을 기록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기염을 토했다.
무너진 중간계투
그러나 기아타이거즈는 더이상 예전의 타이거즈가 아니었다.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는 더이상 예전의 자이언츠가 아니었다.
6회초 선두타자 페레즈는 우전 안타로 출루했고 이어 이대호 선수마저 풀카운트 접전 끝에 좌전 안타로 출루하며 무사 1.2루의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타이거즈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이인구 선수는 착실한 희생번트를 성공시켰고 장성호 선수의 판단 미스로 무사 만루의 기회를 만들었다.
당황한 타이거즈. 리오스 투수는 김대익 선수를 삼진처리하며 한숨을 돌렸으나 최기문 선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타이거즈에게 유동 강한 최기문 선수는 결국 우전 안타로 결승타를 날렸고 순식간에 점수차는 3:2가 되었다. 이윽고 박기혁 선수가 짧은 좌익수 플라이로 아웃되면서 한고비를 넘기는 듯 하였으나 문제는 다음에 있었다.
좌타자 처리를 위하여 거금을 들여 모셔온 조규제 선수가 리오스를 대신하여 등판했고 씩씩하게 한가운데 직구로 꽃아넣던 조규제 선수의 공을 정수근 선수는 가볍게 잡아 당겨 전진 수비를 하고 있던 타이거즈 수비진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싹쓸이 2루타로 경기를 결정지어버렸고 또한번 김성한 감독을 고민에 빠트려 버렸다. 믿을만한 중간 요원으로 거액을 들여 영입한 조규제 선수를 패전처리로 옮겨야할 것인가 말것인가..
이강철 선수가 조성환 선수를 삼진으로 처리하여 이닝을 끝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6회초 타이거즈 공격은 최근 타이거즈 부진의 원인을 보여주었다. 선두타자 홍세완 선수가 좌월 홈런으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어터진 박재홍 선수의 중월 2루타는 주형광을 물러서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심재학 선수는 3구만에 투수 땅볼로 진루타를 쳐주지 못하고 아웃되었고 김상훈 선수 역시 초구를 건드려 3루 땅볼로 아웃되면서 진루타를 쳐주지 못했다. 그리고 다행히 대타로 들어선 김경언 선수가 좌전 안타로 불러들이긴 했지만 진루를 시키기 위해 1루 쪽으로 공을 쳐야하는 기본 즉 팀웍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2점을 추격당한 롯데 자이언츠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선두 김주찬 선수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페레즈 선수가 이강철 선수의 여유로운 공을 가볍게 홈런으로 연결시켰고 이어 이대호 선수가 좌전 안타로 출루하며 이강철 선수를 강판 시켰다.
오철민 선수는 이인구 선수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한고비를 넘겼지만 다음에 등판 고우석 선수는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고우석 선수는 박연수 선수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고의 사구가 아님). 그리고최기문 선수 마저 볼넷을 허용하며 2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고 어정쩡한 공으로 일관하다. 결국 박기혁 선수에게 중월 2루타를 허용하며 더이상 추격할 의지를 없애버렸다. 이어 정수근 선수는 무너진 고우석을 두들겨 우월 2루타로 두들겼고 스코어는 11:4가 되었고 더이상 의미 없는 경기가 되었다.
8회초 박남섭의 우월 2루타와 이인구의 사구 뒤에 박연수의 좌전안타로 추가실점한것은 양념에 불과했다.
경기는 끝났다.
오늘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 이인구 선수의 활기찬 주루 플레이와 적극적인 타격 그리고 기가막힌 수비는 도대체 이선수가 왜 후보선수인지 알수 없도록 했다. 그의 놀라운 활약이 없었다면 타이거즈가 그렇게 쉽게 패배하지는 않았을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타이거즈의 믿을만한 미들맨은 누구인지 알수가 없다. 다만 좌완 조규제 선수를 등판시킬 시점에 오철민 선수의 등판이 옳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응 지울수가 없다. 이름값이 아닌 실력에 따른 등판 원칙이 지켜져야 옳을 것이다.
또한 이강철 선수는 힘이 빠져있었다. 그나마 느린 구속은 오늘은 더 늦었고 아무리 제구력이 뛰어나다해도 그렇게 느린공을 치지 못할 선수는 없을 것이다. 좀더 이강철 선수의 등판은 좀더 여유로운 휴식기간이 보장된 뒤여야 할것 같다.
타이거즈 선수중에 싫어하는 유일한 선수가 있다. 바로 최용호 선수다. 비록 가장 미워하는 최용호 선수지만 오늘 중간계투중 유일하게 잘 던져주었다는 생각이 드는것은 어떤일인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정말 해선 안될 말이지만 타이거즈의 집중력이 언제부터 이렇게 약화되었는지 언제부터 모두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언제부터 세상의 중심이 자신이어야했는지 꼭 알고 싶다.
박기웅 동아닷컴 스포츠리포터 tigersfighting@com.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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