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배꼽잡는 치어리더…농구코트 완전정복

  • 입력 2004년 1월 5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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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코트엔 치어리더가 풍년이다. 선수가 치어리더로 돌변하는가 하면 선수가족, 관중까지 신나는 춤솜씨를 자랑한다. 왼쪽부터 아줌마 치어리더, 오리온스 용병 바비 레이저의 부인 대니얼, 엉덩이 춤이 장기인 LG 박광재, 어린이팬 치어리더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프로농구 코트엔 치어리더가 풍년이다. 선수가 치어리더로 돌변하는가 하면 선수가족, 관중까지 신나는 춤솜씨를 자랑한다. 왼쪽부터 아줌마 치어리더, 오리온스 용병 바비 레이저의 부인 대니얼, 엉덩이 춤이 장기인 LG 박광재, 어린이팬 치어리더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4일 오리온스-TG삼보의 경기가 펼쳐진 대구실내체육관. 경기장을 찾은 농구팬들은 경기 시작 전 치어리더의 공연을 보고 박수를 치며 열광했다. 오리온스 뚱뚱보 마스코트인 ‘엘프’로 분장한 금발 미녀 때문.

이 미녀의 깜찍한 모습과 신나는 율동은 팬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오리온스 용병 바비 레이저의 부인인 대니얼. 남편을 따라다니며 응원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홈팬을 위해 치어리더로 나선 것.

같은 날 부천 체육관에서는 전자랜드의 외국인 선수 제이슨 윌리엄스가 장내 아나운서를 끌어안고 멋진 블루스를 춰 홈팬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한겨울에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는 2003∼2004 애니콜 프로농구. 올 시즌 평균관중이 지난해보다 7.2%나 늘어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농구장에 가면 즐거움이 두 배’라는 말처럼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와 함께 갖가지 볼거리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

3일 창원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은 배꼽을 잡았다.

LG가 강적 오리온스에 연장전 끝에 승리를 거두자 1m98의 우람한 덩치를 자랑하는 LG선수 박광재가 치어보이로 변신했기 때문. 그는 그룹 ‘원투’의 ‘자, 엉덩이’라는 곡에 맞춰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었다.

이 뿐이 아니다. 늘씬하고 숙련된 팔등신 미녀들의 독무대였던 치어리더 공연을 팬들이 직접 경험하는 이벤트도 등장했다.

올 시즌 초 오리온스 대구 홈경기에서 한 아줌마가 치어리더를 자청해 화려한 의상을 입고 댄스실력을 발휘했다.

이에 질세라 SK도 지원자를 모집, 매 경기마다 치어리더 공연을 벌이고 있다. 지원자 5명당 아줌마는 1명꼴. ‘아줌마의 힘’이 농구코트도 진출했다. LG는 어린이팬을 모아 ‘리틀 치어단’을 만들었다.

모비스 경기에서는 치어걸이 아닌 치어보이를 볼 수 있다. 모비스는 지난 시즌부터 치어리더 7명 사이에 ‘청일점’의 치어보이를 함께 등장시키고 있다.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안무에 남성적인 힘과 박력을 더하기 위한 것.

치어보이는 브레이크댄스나 덤블링 등을 섞은 고난도 춤으로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이벤트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타고난 춤 솜씨로 모비스에 ‘픽업’된 이시홍씨는 올 시즌에는 서울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 매주 시간을 내지는 못하지만 어쩌다 휴가를 받으면 부랴부랴 울산으로 달려갈 만큼 열성이다.

선수가 직접 치어리더로 나서고 팬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난 것은 각 구단이 매년 미국프로농구(NBA)에 직원들을 파견해 팬서비스의 노하우를 배워온 덕분.

NBA 팬 서비스보다 훨씬 흥겹고 재미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4일 한국프로농구를 처음 본 오리온스 레이저의 부친 밥 레이저는 “미국에서 평생 농구경기를 봤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처음이다”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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