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연한 완화 통과]실수요 투자 '호재'…묻지마 투자는 금물

  • 입력 2003년 12월 21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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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재는 분명하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서울시의회가 19일 본회의를 열고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신청 허용연한을 서울시의 당초 계획보다 2년 완화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절충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조치로 1981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당장 재건축 추진을 위한 안전진단에 착수할 수 있게 되는 등 사업 일정이 크게 앞당겨진다. 사업진행기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수익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과거와 같은 재건축 특수를 불러오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의 재건축 조합원 명의변경 금지 조치가 내년 1월 중 시행예정으로 예고돼 있기 때문. 여기에 안전진단 절차도 대폭 까다로워졌다.

따라서 안전진단을 신청할 계획이라는 정보만 갖고 덜컥 투자에 나서는 일은 삼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충고다.

▽재건축 최고 4년 이상 앞당겨진다=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자는 1981년 1월 1일부터 1990년 12월 31일 사이에 준공된 아파트다. 이번 조치로 안전진단 신청연한이 모두 4년이나 앞당겨졌다.

예컨대 1981년 12월 22일 준공된 아파트라면 안전진단 신청 가능시점이 당초 24년이 지난 2005년 12월 23일 이후에서 20년이 지난 시점으로 앞당겨져 지금 당장이라도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질적인 수혜대상은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1981∼1982년에 준공돼 올해와 내년 중 안전진단 신청이 가능한 아파트는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7차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 1·2차와 신천동 미성 △서초구 반포동 한신 15차와 잠원동 한신 11∼13차 등 모두 26곳, 2만3700여 가구로 추정됐다. 그런데 대부분의 단지들이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여서 이번 조치의 적용을 받을 필요가 없다. 다만 재건축 추진위원회 결성단계에 있는 서초구 반포동 한신 15차와 송파구 송파동 일대 일부 노후 아파트들이 수혜주로 꼽힌다.

▽걸림돌이 너무 많다=과거 같으면 이번 조치는 핵폭탄급 위력을 지닌 호재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너무 다르다.

우선 올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라 안전진단 신청에 앞서 정비구역 지정과 추진위원회 승인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건설교통부는 이를 거치는 데 모두 1∼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서울시가 안전진단 통과기준을 30점(F등급)으로 낮춘 것도 문제다.

건설교통부 한창섭 주거환경과장은 “과거에는 정밀 안전진단에서 C등급이나 D등급을 받더라도 재건축되는 사례가 있었다”며 “하지만 F등급으로 낮춰짐에 따라 최소 30년 이상 경과하지 않은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통과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현재 시행 중인 재건축아파트의 소형 평형 의무비율 확대 조치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재건축 조합원 명의 변경 금지 등과 같은 조치도 재건축아파트의 투자매력을 떨어뜨리는 악재이다.

이번 조치에 대한 시장 반응도 썰렁한 편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신라공인 김해중 사장은 “이번 조치 발표 이후에도 매물을 찾는 방문객은커녕 문의전화 한 통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송파구나 강동구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서울 강남지역(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재건축 투자분석전문가인 L씨는 “재건축 관련 각종 악재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시장에 활력을 찾아주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이번 조치를 막연한 호재로 보고 무리하게 투자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월간지 부동산뱅크의 윤진섭 취재팀장은 “재건축허용연한 완화보다는 조합원 명의변경 금지가 재건축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나중에 입주를 목적으로 하는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투자에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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