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반도체에 생명을 불어넣은 사람들'

  • 입력 2003년 11월 14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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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에 생명을 불어넣은 사람들 1, 2/밥 존스턴 지음 박정태 옮김/303쪽 각 1만2000원 굿모닝북스

1985년 소니가 처음 내놓은 핸디캠은 영상을 담아내는 마이크로칩 비디오 카메라가 없었다면 핸디라는 이름도 붙이지 못했을 것이다. 한 손으로 들고 다닐 수가 없었을 테니까.

그런데 전하결합소자(CCD)로 알려진 이 작은 카메라는 미국의 벨연구소가 1969년에 발명한 것이다. 어떻게 1985년에 나온 일제 캠코더에 CCD가 쓰인 것일까.

이러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트랜지스터 집적회로, 액정디스플레이(LCD), 레이저 등 기초 소자는 모두 미국 연구소에서 발명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기초 소자를 제품화한 휴대용 계산기, 전자시계, 평면 TV, 캠코더, CD플레이어, 레이저프린터 등은 샤프, 세이코, 캐논,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의 것이었다.

왜 미국의 발명가들은 일본 기업들에 자신의 천재성을 상업화할 기회를 빼앗겼을까.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의 연구 개발 컨소시엄을 지원한 데서 답을 찾는다.

그러나 저자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성공 요인은 정부 지원이 아니라 일본의 창조적 기업가 정신이라고 주장한다. “중소기업 수준의 일본 기업들은 아직도 상당한 추가 연구개발이 필요한 단계에서 미국이 버린 기술들을 채택했고 정부로부터는 거의 아무런 자금 지원도 받지 못했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 성공 신화의 이면에 숨겨진 성공과 실패담을 생생히 들려주는 책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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