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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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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민들의 형편이 이렇듯 딱한데도 ‘매미’가 지나간 지 두 달이 지나도록 주택복구비 지급률은 겨우 37%를 기록했다. 예산집행이 이렇게 늦어진 데 대한 책임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구태의연한 행정에 물을 수밖에 없다. 복구비를 지급하는 절차가 여전히 복잡하고 행정편의주의로 돼있기 때문이다.
일선 시군에서는 사유시설의 경우 복구 후 지원이라는 과거 관행을 고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사유시설 복구비 지원액은 이제 절반가량 집행됐을 뿐이다. 수재민들을 긴급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정한 ‘선(先) 지원, 후(後) 정산’ 방침이 일선 행정기관에서 외면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부처간 힘겨루기와 정치권의 생색내기 다툼으로 공공시설 복구예산은 이달 초에야 책정됐다. 하천 제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붕괴된 지역의 주민들은 착공이 늦어져 부실공사가 되다보면 내년 장마철에 3년 연속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유실된 농경지는 내년 농사철이 오기 전인 4월 말까지, 파괴된 하천 구조물은 장마가 오기 전까지 복구돼야 하는데 이렇게 예산집행이 늦어져서야 시한을 맞추기가 어려울 것은 뻔한 노릇이다.
‘매미’는 피해 발생부터 복구까지 행정분야의 낙후성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태풍과 집중호우를 당하면서도 낡은 행정시스템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이제라도 수재민들에 대한 지원이 하루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겨울이 다 지나고 지원해서야 수재민의 원성만 높아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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