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경영 시대]<3>청정생산으로 비용 줄인다

  • 입력 2003년 10월 7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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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석유화학이 환경 문제에 본격적으로 신경을 쓰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초반부터다. 김승연 회장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환경 친화성을 강조하는 ‘에코 2000’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이와 함께 오염 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한 시설 투자를 감행했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환경 투자는 그러나 곧 벽에 부닥쳤다.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오염물 처리 비용도 계속 증가했던 것.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환경 비용이 경영상 압박으로 나타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화는 결국 전략을 수정했다. 오염물 처리에 돈을 들이는 대신 공정을 최적화해 제품의 수율을 높이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환경 정책을 바꾼 것이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그만큼 원재료 투입량이 줄어든다. 원재료를 덜 쓰면 비용도 줄고 동시에 오염 물질 배출도 줄어든다. 에너지도 마찬가지로 안 쓴 만큼 비용이 줄고 환경에도 보탬이 된다.

▼연재물 목록▼

- <1>환경친화적 공급 네트워크 구축
- <2>환경친화적으로 제품을 설계하라

한화석유화학 윤창한 청정생산연구팀장은 “새로운 방식이 정착되면서 올해 12억원, 내년부터는 연간 20억원 정도의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나게 됐다”며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경영 성과도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한화석유화학은 기업의 환경 정책을 ‘사후 처리(End-of-pipe)’에서 청정생산(cleaner production)으로 전환한 전형적인 사례다. 청정생산은 제품 설계에서 생산, 수송, 사용, 폐기 등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자원과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생산방식을 의미한다.

기존의 환경 기술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 물질이나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초점을 맞추지만 청정생산의 핵심은 사전 예방이다. 오염 물질을 아예 발생하기 전부터 줄이고 원재료를 절약해 경제적 효과까지 동시에 노리자는 것이다.

선진기업들은 일찌감치 청정생산에 눈을 떴다.

미국의 화학회사인 듀폰의 ‘오염예방(P2·Pollution Prevention)’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듀폰은 1991년부터 2년간 미국 환경청과 함께 생산 공정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다. 43억원의 비용이 들었지만 성과는 대단했다. 오염물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었다. 경제적으론 폐기물 처리 비용과 공정 개선에 따른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연간 180억원의 비용을 줄이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공장 안에서 사용하는 반도체 웨이퍼 상자 완충제를 환경친화적으로 바꿨다. 한 번 쓰고 버리던 것을 100% 재생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 수십 번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연간 45t의 플라스틱 원료를 줄이고 있다.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김성덕 박사는 “청정생산이 확산되기 위해선 경영자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며 “초기에 투자가 어느 정도 들어가지만 생산하면서 투자비가 회수된다는 게 기존 환경 투자와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청정생산 기술과 일반 환경 기술 비교
청정생산 기술일반 환경 기술
개념환경오염 물질 사전 예방 기술오염 물질이 배출된 후 처리하는 기술
특징-환경오염 물질 발생 최소화
-상대적으로 높은 초기 투자비용
-환경부하와 제조원가 절감
-2차 오염물질 발생
-상대적으로 낮은 초기 투자비용
-생산량 증가에 따라 추가 비용 발생
방법기존 공정에 통합, 시스템적 접근별도의 처리 기술(소각로, 집진기 등)
자료: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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