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민병돈/로버트 김의 눈물을 닦아주자

  • 입력 2003년 7월 28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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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로버트 김 후원회’가 발족됐다. 일요일에 비까지 쏟아지는데도 이세중 변호사, 유재건 이재정 김원웅 의원 등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석해 뜻을 모았다. 회장은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사장이, 이사는 백동일 예비역 해군대령, 김성곤 전 의원 등이 맡았다.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金菜坤·62)은 1978년부터 미국 해군정보국 컴퓨터 정보분석가로 근무하던 중 1996년 ‘국가기밀 취득 공모죄(간첩죄의 일종)’로 기소돼 징역 9년에 보호감찰 3년형을 선고받고 지금 7년째 복역 중이다. 주미 한국대사관 해군무관 백동일 대령에게 ‘동해안 북한 잠수함 침투’ 등 39건의 비밀문건을 넘겨준 혐의로 체포됐던 것이다.

비록 그가 미국 공무원 신분이지만, 아직도 분단된 조국을 도운 그의 조국애에 우리는 감동과 진한 동포애를 느낀다. 더욱이 자신은 ‘한국정부에 고용된 간첩’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한국대사관의 백동일 대령을 재판정 증언대에 불러낼 수도 있었지만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그를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았다는 로버트 김의 배려에는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한편 이 사건에 적극 대응하지 않은 우리 정부의 태도에는 ‘이것도 한 나라의 정부인가’하는 의구심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낀다. 특히 근래 유사 사건에서 외국 정부들이 보인 당당한 태도를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하다.

유대계 미국시민 조너선 폴라드(50)가 1985년 미국에서 이스라엘에 1000여건의 군사기밀을 넘겨준 혐의로 구속 기소되자 이스라엘 정부는 즉각 그에게 이스라엘 국적을 부여했다. 그를 자국민으로서 보호하겠다는 국가적 의지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이후 역대 총리들은 하나같이 그의 사면을 요청하곤 했다. 1999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중동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당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에게 폴라드씨를 사면해 주지 않으면 협정서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버티기도 했다. “당신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쓴 친필 메모지를 그에게 전할 정도로 적극적 관심을 보였다.

중국계 미국 과학자 리원허(李文和·63) 박사가 핵 관련 기밀을 중국으로 빼돌렸다는 혐의로 1999년 12월 미국에서 구속 기소되자 중국 정부가 이에 강력히 항의했다. 리 박사는 검찰과의 ‘유죄답변 흥정(plea bargain)’을 통해 검찰이 기소한 59개 항목 중 단 1개항만을 인정함으로써 구속 9개월 만에 석방됐다.

이제 로버트 김 석방노력은 그 목적을 달성해도 실익이 별로 없게 되었다. 징역 9년 중 이미 7년을 지냈고, 그가 모범수로 형기의 15%를 감형 받아 실제 남은 징역은 1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의 출옥 후 보호감찰 3년의 면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겠다.

아울러 그를 귀국토록 해, 이 사건의 충격으로 건강이 악화돼 서울의 양로원에서 요양 중인 부모님과 사랑하는 가족에게 보내주어야 할 것이다. 또 이 사건으로 파탄난 가정경제를 회복시켜주고 그가 우리의 존경과 사랑 속에서 안락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해줘야겠다. 그가 충성할 조국이 있고, 그를 영웅으로 기억하는 동포가 있어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 그것이 이 나라 국민 된 도리가 아닐까. 많은 동참이 기대된다.

민병돈 전 육군사관학교장·예비역 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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