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고 나서]문학에 내재된 환상성

  • 입력 2003년 7월 4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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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문학 전공자의 필독서 중 하나였던 아우어바흐의 ‘미메시스’를 인터넷 서점에서 찾아보았습니다. 97, 99년 개정판이 발간됐지만 벌써 절판되어 주문할 수 없었습니다.

미메시스란 예술에 있어서 현실의 복사 또는 반영을 뜻합니다. 현실을 부둥켜안기에도 버거웠던 80년대에 아우어바흐의 이론이 뜨겁게 받아들여졌던 것은 당연할지 모릅니다. 당시 예술의 현실 반영 기능이란 ‘존재의 법칙이라기보다 당위의 법칙’에 속했습니다.

2000년에 출간된 캐스린 흄의 ‘환상과 미메시스’(푸른나무)는 ‘미메시스 이론에 대한 신성한 반격’을 내걸고 있습니다. 문학의 본질에 있어서 ‘환상’은 ‘현실 반영’과 동등한 속성이며, 문학예술 속에 내재된 환상성이란 서구문학에서만의 특징이 아니라 어느 시대와 사회에서나 예술에 내재된 기본적 속성임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어쩌면 인간이 꿈을 꾸는 한, 한적한 시간에 턱을 괴고 공상에 빠져드는 한, 환상은 영원히 현실에서 삭제키를 누를 수 없는 현실의 일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에 도착한 베르베르의 ‘나무’, 바커의 ‘아바라트’를 다시 펼쳐봅니다. 그 발랄한 상상력에 주목합니다.

책의향기팀 b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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