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기명씨가 답변할 차례다

  • 입력 2003년 5월 30일 18시 32분


노무현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 이기명씨의 용인 땅 거래를 둘러싼 의혹이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이씨의 용인 땅 거래는 그가 노 대통령 당선 후 매수자를 바꾸어 취임 직후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까지의 과정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아 이대로 가다가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최초의 측근 비리 의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이씨의 용인 땅 거래의혹에 대해 해명을 하면서 1차 부동산 매매계약서의 특약 사항 5개항 중 2개항을 지운 상태로 공개했다. 청와대가 지운 특약사항 2항에는 은행채무 10억3000만원을 매수인이 승계한다는 조건이 들어 있어 일단 이씨의 해명대로 첫 매수자에게 38억8000만원에 팔려던 땅을 매수자를 바꾸어 40억원에 팔았다는 사실은 인정된다. 이 모든 혼선은 청와대가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원본 그대로 공개하지 않아서 생긴 것이다.

청와대는 용인시 도시계획시설 결정 후 중도금과 잔금을 건네주겠다는 계약 조건에 대해서는 “그런 계약에 흔히 붙는 조항”이라고 해명했으나 과연 매도인이 권력과 가까운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런 조건이 붙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첫 매수자가 2억원의 위약금을 물고서 돌려준 땅을 S산업개발이 산 데는 이씨의 도움을 받으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심이 생긴다.

더욱이 땅을 사들인 S산업개발의 실소유주가 드러나지 않아 구구한 추측이 나온다. S산업개발은 용인 땅 매입 직전에 급조된 회사로 실소유주가 드러나면 곤란해지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아니면 이씨 형제가 다른 자금줄을 동원해 개발하려 한 것인지 아리송하다. 이렇게까지 파문이 확대된 마당에 노 대통령이 소개했다는 첫 매수자를 보호하려는 의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자본금 1억원인 회사가 사업계획서에서 1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인가. 이씨가 더 이상 해명을 늦추다가는 정권에 부담만 주고 자신에 대한 의혹도 확산될 수밖에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