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석민/섬마을 통신은 생명줄

  • 입력 2003년 4월 7일 18시 14분


전남 신안군 흑산면 KT 홍도분실에 근무하는 임형수씨는 4일 오후 배를 타고 목포시로 나섰다.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며칠 전에 들었지만 섬에 직원이 혼자뿐이라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마침 기자와 함께 목포지사에서 교대직원이 들어가자 그제서야 뭍으로 나가는 배를 탈 수 있었다.

배가 올 때까지 함께 보낸 몇 시간 동안 그의 전화는 쉴새없이 울렸다. 140가구의 섬사람들은 TV가 안 나와도 그를 찾는다. 달리 전자제품을 손볼 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몇 달 전 홍도에 초고속인터넷이 들어오면서 그는 더욱 바빠졌다.

KT 목포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영호씨는 “몇 해 전 노인 혼자 사는 섬에 전화를 안 받아 가보니 돌아가신 지 며칠이 지났었다”고 말했다.

KT 전남본부 목포지사가 관리하는 유인도(有人島)는 100여개. 그 가운데에는 섬 전체에 단 1명의 전화가입자만 있는 경우도 있다.

홍도에는 인터넷이 들어오면서 광케이블이 깔렸다. 예산은 1억원가량 들었지만 가입자가 40명도 안 되는 초고속인터넷 부문의 매출은 월 100만원이 채 안 된다. 섬사람들은 폭풍의 움직임을 이젠 인터넷 위성사진으로 보고 있다. 육지 사람들에게 통신은 여러 공공재 가운데 하나이지만 섬사람들에겐 생명줄이다.

그러나 이런 사정 때문에 목포지사가 포함된 전남본부는 수익성에서 늘 전국 꼴찌다.

최근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가 진행되면서 비효율성을 없애기 위해 경쟁논리를 도입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낙도나 오지의 통신에 관한 한 이 논리는 적용하기 힘들다. 만약 경쟁 논리가 기계적으로 적용된다면 그들에겐 재앙일 수도 있다.<홍도에서>

홍석민 경제부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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