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이 말려도 ‘강행’하겠다니

  • 입력 2003년 3월 1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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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언론 통제와 국민의 ‘알 권리’ 침해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홍보업무 운영방안’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지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데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지 않는 것은 공직자의 소신이 아니라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자세라는 점을 밝혀두지 않을 수 없다.

그가 한 발언을 보면 언론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인상을 준다. 그는 “이번 지침의 취지는 언론과 정부의 관계를 새로 정하자는 것이며 기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면서 “이런 취지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취지가 좋은데도 일부 언론이 잘못 해석하거나 사람들이 본뜻을 몰라준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작 답답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다.

이번 지침은 사무실 취재를 금지하고 정례 브리핑으로 대신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취재원의 실명을 보도할 것을 언론에 요구하거나 공무원들이 기자들의 취재내용을 공보관에게 즉시 통보할 것도 주문하고 있다. 모두가 언론에는 치명적인 ‘취재 제한’이다.

어제 문화부는 오보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만 취재 내용을 공보관에게 통보하도록 지침을 수정했지만 오보 가능성에 대한 해석은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당초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결국 이번 방침은 정부가 알리고 싶은 것만 기사화하라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기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게 없다고 판단한 그의 현실인식에는 큰 문제가 있다.

이 장관이 “공격을 받으니까 장관직이 재미있어지고 전의(戰意)가 생긴다”고 말한 것도 문화인 출신인 그가 한 말로 믿고 싶지 않을 만큼 실망스럽다. 정부와 언론의 관계를 재미 삼아 즐기는 ‘거리’로 보거나 언론을 싸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자질이 의심될 지경이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취재지침’의 폐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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