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혹수사 정치적 고려 필요 없다’

  • 입력 2003년 3월 18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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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도청의혹이나 ‘세풍(稅風)’사건을 비롯한 정치적 미제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이른바 검찰개혁과 그 후유증으로 심한 몸살을 앓았던 검찰이 이제 몸을 추스르고 정상으로 돌아온 듯하다. 그러나 수사도 수사지만 검찰의 자세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린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검찰이 이번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우선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정원도청의혹을 신속하고 분명하게 밝히라고 지시한 것이다. 대통령은 아무리 원론적인 얘기라도 아직 체질이 허약한 검찰을 고려해 가능한 한 구체적 사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게 좋다.

노 대통령이 측근들의 연루의혹이 제기된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사건에 대해 “내가 걸림돌이 돼 수사를 중지했다면 전혀 그런 정치적 고려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도 역효과가 우려된다. 검찰의 입장을 배려하려는 뜻이겠지만, 종전의 예에 비춰볼 때 검찰은 오히려 대통령의 주문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실제 의도와는 달리 이들 사건에 대한 수사가 정치권 기획사정처럼 비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국정원도청의혹이나 세풍사건은 야당인사들이 다수 관련돼 있어 더욱 그렇다.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검찰이 우선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 대통령의 지시는 물론 정치권의 반응을 전혀 의식할 필요도 없고, 의식해서도 안 된다. 정치적 득실이나 파장을 헤아릴 필요도 없다.

검찰의 자세만 엄정하다면 국민은 수사결과를 실체적 진실로 받아들이고 신뢰할 것으로 본다. 반대로 검찰이 또다시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이면 검찰의 집단반발까지 희화화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은 대통령과의 토론에서 보여준 평검사들의 기개가 지금도 살아 있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정치적 미제사건 수사는 검찰이 과연 홀로 설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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