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승표의 스포츠의학]고질적인 발목 부상

  • 입력 2003년 2월 11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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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유망주 효정이(13세·가명)는 농구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고질적인 발목 부상 때문이다.

효정이의 불행은 2년 전 리바운드된 공을 잡다가 발목을 삐면서 시작됐다. 심하게 부어 올랐지만 중요한 경기인데다 선수가 모자라 쉴 수 없었다. 민간요법으로 통증을 가라앉힌 후 테이핑을 하고 다음 경기를 뛰었다. 발목이 흔들리고 아파도 계속 경기에 출전했고 효정이의 활약 덕택에 팀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문제는 이후 툭하면 발목을 삐는 증상이었다. 처음에는 연습 중 가끔 그러던 것이 것이 빈도가 잦아져 급기야는 걷다가도 삐었다. 이렇게 되자 경기에 출전해도 늘 발목에 신경이 쓰여 방향 전환, 착지 등의 동작을 자신 있게 할 수 없었다. 결국 늘어난 발목 인대 수술을 받아야 했다.

축구, 농구, 배구 등 하체를 많이 사용하는 종목에서 상당수의 선수들이 ‘만성 발목 염좌’라는 부상을 지닌 채 운동을 하고 있다. ‘급성 발목 염좌’는 가장 흔한 스포츠 부상이고 대부분 수술 없이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수 생활에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급성 염좌를 조기 치료하지 않고 계속 무리하게 사용하다가 인대가 늘어난 상태로 굳어져 자주 삐고 힘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장기간의 깁스 고정 등 과잉 보호도 문제다. 이로 인해 발목 주변의 근력, 유연성, 고유 감각 등의 기능이 떨어지면 만성염좌 증세가 생긴다. 한마디로 선수 혹사, 의사의 ‘운동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이 작은 부상을 큰 병으로 키우는 것이다.

부상 초기에 적절한 보호와 함께 조기 재활운동을 병행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스포츠 부상의 치료는 환자와 의사만의 대화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코치 부모 선수 의사가 무릎을 맞대고 대화를 통해 적합한 치료방법을 찾아야만 ‘또다른 효정이의 불행’을 막을 수 있다.

은승표/코리아 스포츠 메디슨 센터·코리아 정형외과 원장 http://kosm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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