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새 리더십 창출 서둘러야

  • 입력 2003년 1월 29일 18시 40분


서청원 대표의 2선후퇴로 한나라당 내 개혁논의의 매듭 하나가 겨우 풀렸다. 그러나 ‘대통령선거 패배와 재검표 결과에 책임을 지는 차원’이라는 서 대표의 변은 옹색한 느낌이 든다. 당내 책임논란으로 한달 이상 허비하면서 이미 개혁의 추진력을 적잖게 소진한 듯해서 하는 말이다.

사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현재의 곤고함보다는 미래의 불투명성 때문에 더욱 암담해하는 분위기다. 이회창 전 총재를 대체할 만한 당의 구심점이 없는 데다 5년 뒤를 기약할 수 있는 마땅한 ‘재목(材木)’조차 얼른 눈에 띄지 않는 현실이 무기력증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

이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은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시급히 창출하는 것뿐이다. 당 지도부 또한 이를 모를 리 없을 텐데, 당내의 쇄신요구를 미봉하고 당권을 유지하기 위해 낯뜨거운 재검표 소동까지 벌였으니 얼마나 이기적인가.

이제 한나라당은 새로운 리더십이 주어지고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고 키워나가야 하는 것임을 절실하게 깨달아야 한다. 1년 전만 해도 노무현 대통령 시대를 예견한 사람은 민주당 내에도 거의 없었음을 되돌아보면 참고가 될 것이다.

한나라당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민주당보다도 인재풀이 더 크지 않은가. 다만 치열한 자기모색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보수정당으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는 선에서 과감히 당 쇄신에 나서야 하고, 그로 인한 소소한 갈등은 불가피한 산고(産苦)로 여겨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리더십도 창출될 것이다.

그런데도 서 대표 퇴진 이후조차 당권 경쟁만 격화될 조짐이라니 유감이다. 만약 세력다툼 지분다툼 자리다툼으로 개혁이 실종되면 국민은 또 한번 한나라당을 외면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진 게 아니라 시대에 졌다’는 당 안팎의 진단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개혁과 쇄신, 그리고 새로운 리더십 창출을 게을리 하면 시대의 물결에 하염없이 떠밀려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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