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 5대이슈]이라크戰-美日회복 불투명 곳곳 암초

  • 입력 2002년 12월 31일 17시 10분



새 천년의 시작과 함께 침체에 빠져든 세계 경제가 3년째 그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지난해 점화된 세계 경제 회복의 불씨가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타올라주기를 기대하지만 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

최근 세계무역질서가 재편될 움직임이 눈에 띄는 것도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걱정스럽다.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 LG경제연구원, 국제금융센터 등의 분석과 전망을 통해 올 한해 세계 경제의 5대 현안을 부문별로 점검해본다.세계 경제의 견인차인 미국 경제는 회복 속도가 더딜 뿐 아니라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일본은 장기불황에서 헤어날 방법을 좀처럼 못 찾고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은 당분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부실채권과 재정적자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전쟁을 예고하는 먹구름은 더 짙어지고 있다. 또 끼리끼리 뭉쳐서 활로를 찾자는 경제블록화의 움직임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고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의 새로운 세계무역기구(WTO) 질서를 만들기 위한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은 올해 중대한 고비를 맞는다.

▽미국 경제, 회복될까〓

미국 경제는 2001년 4·4분기(10∼12월)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 주택과 자동차에 대한 가계지출의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1·4분기(1∼3월)에도 그 추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2·4분기(4∼6월) 이후 회계부정 파문과 미국·이라크전 발생 가능성 때문에 회복세는 불안한 모습으로 바뀌었고 올해 1·4분기에도 안정된 회복국면에 진입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기가 반짝 좋아졌다가 다시 침체되는 ‘더블 딥’ 논란이 잠잠해진 것만 해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2·4분기 이후에는 조심스럽지만 경기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 근거로는 실물경제의 ‘기초체력’이 개선됐다는 점이 꼽힌다.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2001년 2·4분기 이후 줄곧 높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제품단위당 노무비는 줄어들고 있다. 단위당 노무비 감소는 기업의 수익성을 개선시키고 투자를 확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실제로 미국 기업의 투자는 작년 2·4분기부터 미약하나마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선행지표인 비(非)국방자본재와 내구재 수주도 작년 10월부터 증가로 돌아섰다.

지난해 9∼10월 자동차 판매 감소의 영향으로 부진했던 소매판매와 심리지표인 소비자신뢰지수가 11월 이후 다시 상승한 것도 좋은 징조다.

▽일본 발(發) 경제위기 올까〓

씨티은행 오석태(吳碩泰)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온다면 그 진원지는 중남미나 러시아가 아닌 일본일 것”이라면서 “일본은 세계 최대의 채권국가로 채권액이 170조엔에 이르기 때문에 그 파장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는 작년 3·4분기에 전분기 대비 0.7% 성장함으로써 3분기 연속 회복세를 보였으나 올해 전망은 밝지 않다. 고작해야 1% 안팎의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일본 경제는 부실채권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장기불황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 정부 통계로는 일본 은행들이 보유한 부실채권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인 52조4000억엔이지만 민간기관들의 추정치는 100조∼150조엔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작년 10월 말 ‘종합디플레이션 대책’을 내놓으면서 부실채권의 비율을 2005년 3월까지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선언했지만 실현가능성을 의심하는 견해가 많다.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줄여 나가려고 하면 단기적으로는 경기가 위축된다는 점도 일본이 처해 있는 ‘딜레마’다. 일본 다이와경제연구소는 부실채권의 적극적인 처리가 2003년 경제성장률을 0.5%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고성장, 지속될까〓

중국 경제는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증가 등에 힘입어 작년 3·4분기까지 8% 안팎의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는 등 세계경제의 부진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1∼10월 수출은 263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1% 늘고 수입은 2380억달러로 19% 증가, 250억달러에 이르는 무역흑자를 냈다. 또 작년 한해 동안 중국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투자액은 5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투자대상국이 됐다.

실업률은 올라가고 있지만 공무원 급여 인상과 휴대전화 및 승용차에 대한 수요에 힘입어 소비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경제가 단기간 내에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과잉 설비, 디플레이션, 기업실적 악화, 부실채권 증가, 재정적자 확대 등이 언젠가는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경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재정적자는 1997년 GDP 대비 0.7% 수준이었으나 2001년에는 2.6%로 늘었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규모는 45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세수를 늘리거나 금융기관 대출관행을 개선하지 않으면 2006∼2008년경 중국이 재정위기를 맞을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라크 전쟁과 유가〓

올 상반기(1∼6월)에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이라크 전쟁이 유가와 국제금융시장에 던지는 파장은 전쟁기간과 양상에 따라 크게 다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LG경제연구원은 이에 관해 세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째,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시작한 지 1∼3개월 안에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되는 경우다. 이라크의 원유 수출 감소분(하루 100만∼150만배럴)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국가의 증산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어 유가는 큰 영항을 받지 않는다.

또 불확실성이 없어져 기업의 설비투자가 자극을 받을 수도 있다.

둘째, 전쟁이 3개월 이상의 장기전으로 접어들면 유가가 오르고 세계경기도 함께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 미국의 소비심리와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돼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가 어렵다.

세번째, 후세인 정권이 유엔의 무기사찰을 성실하게 이행, 미국의 이라크 공격 명분이 없어지는 시나리오다. 미국의 후세인 제거 의지에 변함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이라크는 계속된 불안요인으로 남게 된다.

▽세계무역질서 재편된다〓

세계무역질서는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WTO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은 지난해 논의단계에서 올해 합의단계로 넘어간다. 농산물분야 협상은 3월까지 관세와 보조금 감축 등에 관한 세부원칙을 정하고 9월 각료회의 이전 원칙에 따른 나라별 양허안을 제출하도록 일정이 짜여 있다. 또 서비스분야는 3월까지 양허안을 제출해야 하고 비농산물 분야는 5월까지 협상원칙을 정해야 한다.

FTA 체결 움직임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은 작년 8월 의회가 행정부에 무역촉진권한을 주는 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FTA 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 창설도 올해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다. 선발 ASEAN 국가들은 일부 민감한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 품목의 관세율을 올해 안에 5% 이하로 낮출 방침.

더구나 작년 11월 중국이 ASEAN과 ‘ASEAN+중국 자유무역지대’ 창설에 원칙적으로 합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완화를 위한 협상을 곧 벌인다.천광암기자 iam@donga.com

▼"세계경제 하반기 호전…2.5~3.7%성장"▼

국제기구들이 전망한 올 세계 경제지표는 느린 회복세와 불확실성을 보여준다.

세계 경제는 2001년 11월부터 약간씩 회복세로 돌아섰고 이 추세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도 지난해보다 높은 성장률을 나타낼 전망. 그러나 회복의 정도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등 불확실성도 지표 전망에 반영됐다.

▽느린 성장세〓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IBRD) 등은 올 세계 경제성장률을 2.5∼3.7%로 내다봤다. 2%선인 2002년 성장률에 비해 조금 높은 수치.

세계 경제성장률은 2001년 1.1%에서 2002년 1.7%로 상승했다(미국 경제예측 기관인 DRI, WEFA 자료). 이 같은 회복세가 2003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국제기구들은 전망한다.

높은 성장세를 지속한 중국과 아시아가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낮을 전망.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들이 모두 1%대의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낮은 성장률도 그나마 작년보다는 높다.

일본은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은행과 OECD는 2002년 일본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분석했다. 두 기구는 2003년 일본 성장률을 0.8%로 내다봤다. 성장률 상승 폭이나 속도가 느려 회복세라고 단정짓기도 어려울 정도다.

▽불확실성 커〓주요 국제기구들은 지난해 말에 200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IMF는 4.0%에서 3.7%로, 세계은행은 3.6%에서 2.5%로 각각 낮춰 잡았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가능성, 남미의 경제위기, 일본 경제의 붕괴 가능성 등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경제는 주식시장 침체와 기업의 실적 부진이 여전하다. 이는 고용 악화와 소비 부진으로 이어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해 OECD는 최근 유로 지역 성장률을 지난해 4월에 전망한 2.9%보다 크게 낮은 1.8%로 내다봤다.

▽하반기에 호전될 듯〓미국을 중심으로 올 주요 국가 경제지표가 하반기에 호전될 것으로 전망됐다.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소비와 투자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다. 메릴린치는 올 1·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2.5%로 내다봤으나 2·4분기 4.0%, 3·4 및 4·4분기 각각 4.5%로 전망했다. JP모건 도이체방크 등도 비슷하다.가라앉은 유럽 경제도 올 상반기 재고조정을 거쳐 하반기에는 다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200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 (단위:%)
구분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
2002년 4월 전망2002년 9월 전망2002년 3월 전망2002년 12월 전망
세계 경제 4.03.73.62.5
선진국3.02.53.22.1
미국3.42.63.72.6
일본0.81.11.70.8
유럽연합(EU)2.92.33.31.8
아시아신흥공업국5.14.9--
한국5.55.9--
개발도상국5.55.25.03.9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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