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증오의 시대 넘어 화합의 시대로

  • 입력 2002년 12월 31일 17시 00분


새해 첫 아침의 화두는 국민화합과 사회통합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역 세대 계층 노사 그리고 보수와 진보간의 갈등이 증오와 대립의 양상을 보이며 사회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3김으로 상징되는 낡은 정치의 불행한 유산이 이번 대통령선거를 통해 증폭 확산돼 사회분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 시대에 가장 화급한 과제는 역시 동서 화합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지역간 갈등 구조를 부추기는 전략과 지역적 표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부패와 행정 난맥상이 편중 인사와 가신의 전횡에서 비롯됐음을 경험했기에 그 후유증에 대한 걱정은 더 커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영남 출신으로 호남과 충청의 지지를 받아 당선됨으로써 전임자들에 비해 지역갈등을 해소하기에 한결 나은 여건을 가졌다는 점이다. 이제 과감한 인사 탕평책으로 동서화합에 진력할 때다.

일제식민지배와 전쟁 가난을 겪으며 경제성장을 이뤄낸 50, 60대와 상대적 풍요 속에서 정보화 세례를 받은 20, 30대 세대가 정치적 선택을 놓고 확연히 갈라진 것도 전에 없던 현상이다. 국내 정치는 물론 남북 한미 관계 등에 관한 세대간 인식의 차이가 너무 커 의사 소통의 장애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사회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는 젊은 세대의 역동성과 나이 든 세대의 경륜이 조화를 이루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

5년 동안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빈부의 격차가 심화돼 민주주의의 기반인 사회적 동질성이 크게 손상됐다. 사회적 열패자들에 대한 배려가 새해에 더욱 강조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노사 평화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근로자 계층의 지지를 받은 새 정부는 기업과 노동자를 공평하게 설득하는 노력을 통해 성장과 나눔이 함께하는 경제를 꾸려야 한다.

새 정부에 특히 요구되는 것은 정치적 입장과 정서적 바탕이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는 화합의 정치다. 개혁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가 제대로 돌아가게 하기 위한 시스템이어야 한다. 개혁의 독선과 부작용을 비판하는 의견을 반개혁으로 간주해 서로 상처를 입히고 증오의 자리에 서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노 당선자는 지난 시대가 남긴 반목과 대결의 정치를 종식시킬 책무가 있다.

이러한 때 권력과 언론의 건강한 긴장관계는 필수요건이다. 동아일보는 중도 보수의 위치에서 정확한 정보와 균형 잡힌 의견을 개진해 권력의 일탈을 감시하는 정론지로서의 역할을 계속할 것임을 새해 첫날 거듭 밝혀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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