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빈약한 돈주머니 출발부터 ‘삐거덕’

  • 입력 2002년 12월 20일 17시 50분


프로축구 시민구단 출범작업이 지지부진하다.

‘11구단’으로 탄생을 준비하고 있는 대구 FC, 그리고 10구단으로 탄생했다가 해체위기에 몰려 시민구단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대전 시티즌. 이들의 앞길은 온통 가시밭길이다.

프로축구단을 꾸려가려면 연간 최소한 50억원 이상이 든다. 특히 대구 FC의 경우는 창단에 필요한 자금(가입금, 발전기금 등)까지 추가로 들어 출범 첫해에 210억원 이상이 필요한데 자본금은 53억원에 지나지 않는 데다 현재 모금액도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은 가시마 앤틀러스에서 보듯이 시민구단 운영이 활발하다. 전문가들은 시가 구단을 직접 지원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는 규정이 시민구단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 FC〓올해 한일월드컵이 끝난 뒤 대구상공회의소가 주축이 되어 시민구단 창단을 추진해왔다. 대구 FC는 현재 박종환 감독을 사령탑으로 결정한 뒤 선수단 구성에 착수한 단계.

문제는 돈. 대구시와 대구 FC는 자금확보를 위해 지난달 15일부터 시민공모주를 받고 있으나 20일 현재 44억여원에 그치고 있어 당초 목표로 했던 160억원에 턱없이 모자란다.

최근에는 대구시교육청이 지역 내 초중고교에 시민주 청약신청서를 나누어주고 협조를 요청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닥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시와 대구 FC는 그동안은 ‘대선변수’ 때문에 자금확보가 어려웠으나 내년부터 증자를 실시하면 3월 말까지 필요한 금액을 모을 수 있다고 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목표액 160억원을 채우지 못하면 대구 FC의 가입을 불허한다는 방침. 이대로라면 26일 열리는 연맹 이사회에서 대구 FC 창단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제는 이미 2만명이 넘는 대구시민이 대구 FC 창단에 참여, 연맹이 무 자르듯 창단을 백지화할 수도 없게 되었다는 점. 진퇴양난에 빠진 연맹은 오히려 대구시의 눈치를 살펴야 할 처지다.

▽대전 시티즌〓그동안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되던 대전 시티즌은 앞으로는 시민들에게 운영을 넘겨야 할 처지. 대전의 모기업인 계룡건설은 최근 대전시와 내년 1년동안 구단운영을 ‘대전 시티즌 발전시민협의회’(가칭)에 위임하되 경우에 따라 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합의했다.

96년 대전지역 4개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탄생된 대전은 외환위기 이후 3개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계룡건설 혼자 이끌어왔다. 그러나 더 이상 혼자 끌고가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해 대전시에 구단운영을 넘긴 것.

계룡건설은 경영권과 인사권을 포기하고도 연간 12억원씩을 구단 운영비로 내기로 했다. 나머지는 시민후원금과 광고 수익금 등으로 충당할 계획. 1년 구단 운영비를 60억원 정도로 잡을 경우 계룡건설 지원금을 빼고도 48억원이 더 필요한데 시민 후원금과 광고만으로 이 금액을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대전시는 팀을 일단 시민협의회에서 운영하다가 경기가 좋아져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이 나설 경우 인수를 권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또한 언제 성사될지 알 수 없다.

▽일본의 경우〓일본은 시가 현금출자로 지분을 보유하며 구단을 직접 운영할 수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시민구단인 가시마 앤틀러스는 이바라키현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기업이 공동출자해 창단했는데 지자체가 50%, 기업과 시민들이 나머지 지분을 나누어 갖고 있다. 실질적인 운영을 지자체가 맡고 있는 것이다.

나고야 그램퍼스와 FC 도쿄, 우라와 레즈(2부리그) 등은 기업들이 많은 지분을 갖고 운영하지만 시민들도 일부 지분을 나눠갖고 있는 구단들이다. 일본은 한국처럼 한 기업이 프로구단을 소유하지 않고 여러 기업이 공동출자해 운영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참여도 유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방자치법과 지방공기업법에 ‘시는 프로구단을 감독할 수는 있지만 운영할 수 없다’고 못박아 시가 구단을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 없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선수 선발에 한계 기존팀 지원 절실” …대구FC 박종환감독

“선수가 없어요. 선수 좀 주세요.”

대구 시민축구단의 창단 사령탑인 박종환 감독(64·사진)은 20일 “테스트를 통해 선수를 선발하는데 기존 프로선수와 실력차가 너무 많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프로축구가 드래프트에서 자유계약제로 바뀜에 따라 프로선수를 영입하기가 쉽지 않다. 몸값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구단에서 선수를 방출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방출선수가 없다”고 걱정했다. 그는 또 “기존 팀이 고교생과 대학 초년생까지 싹쓸이해가 아마추어엔 사실상 쓸만한 선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프로축구 발전을 위해 기존 팀들이 신생팀을 도와주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선수수급을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

박 감독은 “그동안 대학과 실업 등을 통해 110명을 테스트해 10명의 선수를 선발했다. 물론 엔트리를 구성하기 위해 선수를 더 뽑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프로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현재로선 기존팀들이 선수를 보내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원동 사무국장은 “팀이 창단되면 자연히 기존 선수 중에서 대구 FC로 옮기려는 선수가 나올 것이다. 따라서 대구 FC는 선수확보에 앞서 자본금을 확보해 팀을 정식으로 탄생시키는게 더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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