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鄭 '각료 배분' 진실 뭔가

  • 입력 2002년 12월 10일 19시 01분


국민통합21 대변인이 엊그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집권할 경우 차기 정부의 각료를 두 당에서 배분하기로 약속한 듯한 공식발표를 했다가 취소한 것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아 넘길 수 있을까. 우리는 그럴 수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 발표내용을 보면 공당의 대변인이 실수로 말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김행(金杏) 대변인은 “처음에 민주당측과 5년간 국정을 책임질 때 외치(外治)는 통합21이 맡기로 합의했으나 오늘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면 (노 후보가) 대통령이 외치를 하고 총리가 내치(內治)를 하는 것으로 나와 있어 막바지 조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초 국방 외교 통일 분야는 국민통합21측 인사가 장관을 맡기로 했었는데 노 후보가 거꾸로 얘기를 하니 다시 조율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통합21측은 모두 부인한다. 이른바 ‘권력 나눠먹기’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논리적 설득력이 약하다. 노 후보와 정몽준(鄭夢準) 국민통합21 대표는 이미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에 합의했으며 정권의 공동책임론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개헌 여부야 두 정파의 공약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문제이니 제쳐두더라도 정권에 공동책임을 지자는 것은 바로 공동정부를 뜻하는 것이고 공동정부는 권력분점을 전제로 한다.

이런 본질적 문제를 더 이상 모호한 이중성으로 가리려 해서는 안 된다. 정권은 공동으로 하되 ‘권력 나눠먹기’란 당장의 여론 비판은 피하고 싶은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결국 유권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이질적인 두 정파가 집권시 공동정부를 이루려고 한다면 선거 전에 정책조율의 내용을 밝히고 국민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 각료 배분에 합의했다면 그 또한 진실을 밝히고 유권자의 동의 여부를 묻는 것이 당연한 도리다.

대통령선거일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선거공조의 ‘시너지효과’만을 재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해프닝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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