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이지스함 파견 반대한다

  • 입력 2002년 12월 6일 18시 18분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전천후 전투함인 이지스함을 인도양에 파견하기로 한 일본 정부의 방침은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군대 보유와 전쟁을 금지한 일본의 평화헌법, 일본 내 여론, 그리고 남북한 중국 등 주변국의 우려 등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아도 합당한 명분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 지원 업무를 원활히 하기 위해’ 해상 자위대 소속 이지스함을 파견하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추진 중인 전쟁은 아직 국제적으로 승인받지 못한 ‘미래의 싸움’일 뿐이다. 현재 이라크에 대한 무기사찰이 진행 중이며 이라크는 8일까지 대량살상무기 보유 내용을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대(對)이라크전 여부는 그 이후에나 결정된다. 이 상황에서 이지스함을 파견하기로 한 것은 전쟁을 부추기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아직도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고 있다. 일본의 행동은 국제여론에도 배치되는 것이다.

일본 야당과 유력 언론들의 지적대로 고이즈미 총리가 경제 문제나 북-일 협상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결단력을 과시하기 위해 이지스함 파견을 강행하는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크다. 그가 한쪽의 실패를 다른 곳에서 만회하기 위해 위헌 논란까지 무릅쓰고 파견한 이지스함이 지원업무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누가 믿겠는가.

마침 중국 정부가 “일본군의 해외 파병은 항상 아시아 국가들을 불안케 하는 민감한 문제였다”면서 신중하게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의 우려 표명은 한국 등 주변국의 심정까지 대변했다고 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이 평화헌법을 만든 것은 다시는 전쟁의 주역이 되지 않겠다는 주변국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다. 전쟁으로 해를 끼친 주변국의 우려를 묵살한다면 일본은 그 약속을 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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