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프리즘]박세일/생각하는 국민이어야 산다

  • 입력 2002년 12월 3일 18시 38분


“생각하는 국민이어야 산다.” 군사독재가 기승을 부릴 때, 모든 국민이 정치에 좌절하고 역사에 대해 자포자기할 때, 고(故) 함석헌옹께서 하신 말씀이다. 역사적 정치적 상황이 어려울수록 국민이 생각을 깊이 하고 행동해야 나라가 사는 법이다. 이제 2주 후면 21세기 세계경쟁의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 변혁과 개혁의 시대를 맞아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 이 나라 ‘최고 지도자’를 뽑는 날이다.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에 의해 향후 5년간 나라의 명운(命運)이 결정되는 날이다.

▼5년간 나라命運 결정할 선택▼

우선 모두가 ‘우리나라를 어떠한 나라로 만들 것인가’를 깊이 깊이 생각하며 진지한 태도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 장난하듯이 대통령을 뽑아서는 안 된다. 인상이 좋다고 해서 뽑거나 말을 잘한다고 뽑아서는 안 된다.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 그리고 즉흥적 투표행위는 국가와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는 무책임한 태도다. 후보들이 마음에 안 든다고 투표를 기권해서도 안 된다. 상대적으로 나은 후보를 찾으려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나라가 잘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투표에 임해야 한다. 이러한 ‘나라사랑의 마음’들이 모일 때 우리는 분명 ‘최선의 선택’을 해낼 것이다. 우리 국민이 우리나라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이 나라를 사랑하겠는가.

둘째, 누구를 뽑는 것이 나와 내가 속한 집단에 이로운가가 아니라 나라와 국민 전체에 이로운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대통령은 동네 이장(里長)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동창회장이나 향우회장을 뽑는 선거는 더더욱 아니다. 한 나라를 대표하고 국가를 경영해 나갈 ‘최고 인재’를 뽑는 선거이다. 과거 지연 학연 등 각종 연고(緣故)로 대통령을 뽑아 이 나라에 득이 된 것이 과연 무엇이었던가. 국민분열만 확대시키지 않았던가. 이제 더 이상 그런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누구를 뽑는 것이 국리민복에 보다 나은가 깊이 따져 보고 선택해야 한다.

셋째, 후보들의 과거행적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국가경영능력을 잘 살펴봐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주먹구구식으로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특히 이 불확실성의 시대, 개혁과 변화가 요구되는 시대에 국가를 풍요롭고 정의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지도자에게 고도의 복합(複合)능력이 요구된다. 한 두 가지 장점이나 능력만으로는 국가경영에 성공할 수 없다. 대중적이면서도 원칙적이어야 하고, 단호하면서도 포용적이어야 하며, 민주적이면서도 강력해야 한다. 과연 누가 이러한 양면성의 균형과 조화를 가진 후보인가를 잘 찾아내야 한다. 어느 한 쪽에만 기울어진 지도자는 국가경영에 성공할 수 없다.

넷째, 후보 주위에 어떤 인재들이 모여 있는가를 잘 살펴봐야 한다. 국가경영은 결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옛날부터 동양에서는 명군(明君)과 현신(賢臣)이 만나야 치국(治國)이 되지 그렇지 못하면 난국(亂國)이 된다고 했다. 서양의 마키아벨리도 “군주의 능력을 알기 위해선 그 주위의 인물부터 살펴보라”고 했다. 대통령이 아무리 훌륭해도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는 사실 그 주위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인품과 능력과 경륜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무사애민(無私愛民)하는 유능한 인물들과 국가를 개혁할 비전과 능력을 갖춘 참신한 인재들이 많이 모여 있는지, 아니면 사심과 사욕이 앞선 사람들만 모여 있는지 등을 잘 살펴봐야 한다.

▼흑색선전-空約 속지 않아야▼

앞으로 2주 남은 대선 기간에는 온갖 돌발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 각종 흑색선전과 거짓말, 무책임한 공약(空約)의 남발 등이 예상된다.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를 목적으로 하는 여러 사건이 터질 수 있다. 이때 국민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모두가 ‘생각하는 국민’이 돼야 한다. 사건들을 따라가면서 일희일비(一喜一悲)할 것이 아니다.

앞으로 2주간은 ‘눈을 반쯤만 뜨고’ 뉴스를 보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의 정신건강에도 좋고 올바른 지도자의 선택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박세일 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법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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