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기흥/美공화 ´위기 프리미엄´

  • 입력 2002년 11월 7일 18시 44분


5일 실시된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며 민주당에 완승을 거두리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미 언론과 정치분석가들은 투표 당일까지도 여론조사를 근거로 양당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대체로 상원에선 민주당이, 하원에선 공화당이 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었다.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대(對) 이라크 전쟁이 아닌 경제문제였고, 이 점은 결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정부에 유리한 요인이 아니었다.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6일 금리인하를 전격 단행한 것도 경제의 심각성을 반증한다.

게다가 역대 중간선거를 보면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로 집권당이 패배했던 경우가 많아 공화당의 승리를 낙관하기만은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민이 공화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 언론은 한결같이 "부시 대통령 개인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표로 연결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국가 위기상황'을 강조하면서 자신과 정부에 힘을 몰아줄 것을 호소한 부시를 국민은 믿고 따랐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6일 부시 대통령이 "국토안보법과 같은 자신의 국정과제를 힘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도움을 호소하고 기록적인 선거자금을 모금함으로써 이번 선거를 자기 개인의 선거로 만드는 데 전력을 다했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도 "공화당의 승리는 9.11 테러 이후 수개월동안 미 국민과 함께 해 온 부시 대통령의 변모를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은 솔직히 미국 밖에선 그리 인기 있는 편은 아니다. 그의 '일방주의 외교행태'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이번 선거에 이겼기 때문에 대 이라크 공격을 비롯한 대외정책들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란 관측들이 무성하다.

그러나 승자에게는 관대함이 미덕이다. 국민의 지지를 확인했고 어떤 정책이든 밀어붙일 수 있게 된 지금 역설적으로 좀 더 여유를 갖고 국제문제를 봐야 하지 않을까.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해 나라 안에서의 지지가 나라 밖에서도 유지될 수 있었으면 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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