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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21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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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대출 당사자 믿을 수 없어▼
전 국민적 의혹사건인 현대상선 편법대출 4000억원의 사용처를 밝히기 위해선 현대상선에 대한 전면적 계좌추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 4000억원을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대북 지원을 위해 현대상선을 창구로 빼냈다면 이것은 외환관리법, 상법,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불법적 행태일 뿐 아니라 건전한 남북관계의 지속을 불가능하게 하는 나쁜 선례가 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라도 그렇게 지원한 돈들이 최근 문제가 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나 군사력 증강 같은 용도로 쓰였다면, 이는 명백한 이적행위다. 지난 4년간의 남북화해 분위기를 이용해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기고 뒤에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었고, 바로 거기에 우리의 대북 지원금이 이용되었으며, 그 와중에 대북 경협에 앞장섰던 기업들이 부실화되고 공적자금이 낭비되었다면 이는 실로 통탄할 일이다. 그러나 아직 이에 대한 확증은 없고 의혹만 있을 뿐이다. 그 돈이 다른 부실 현대계열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쓰였을 가능성도 물론 배제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 의혹을 하루빨리 풀어보자는 것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현대상선측이 속시원하게 밝히면 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현대측은 계속 말바꾸기만 할 뿐 진실을 밝히려 하지 않는다. 다음 방법으로는 금융기관의 계좌추적권을 가진 금융감독원이 현대상선에 대해 계좌추적을 하면 된다. 그러나 금감원은 ‘금융실명제법 위반’ 운운하며 계좌추적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편법대출의 당사자가 현직 금감위원장이고 현직 산은 부총재이니 자신들의 잘못이 드러날 계좌추적을 할 리가 만무하다. 그러면 그들을 현직에서 물러나게 한 뒤 계좌추적을 해야 하겠지만 정부나 임명권자는 그렇게 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참다못한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그들을 고발했지만 이 사건을 맡은 검찰 또한 불법대출 여부만 밝힐 예정이지 현대상선의 자금 사용처를 밝히기 위한 계좌추적은 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던 중 여론의 압박을 받은 감사원이 산은에 대한 정기감사를 앞당겨 감사에 들어갔고, 앞에서 밝혔듯이 현대상선에 대해 부분 계좌추적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진상은 차기 정부에 가면 어차피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금융실명제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현대상선에 대한 계좌추적을 하지 못하겠다는 금감원의 주장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의지만 있다면 금감위원장의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검사권을 발휘하거나, 공직자 비리수사 또는 범죄수사와 같은 예외조항을 적용해 얼마든지 현대상선에 대한 계좌추적을 할 수 있다.
이번 4000억원 대출이 산은 설립이래 최대규모이며 신용상태가 불량한 기업에 대한 편법대출이고, 그 만기연장 과정에서 무자원 입금표기 후 신규대출이라는 규정위반 사실이 이미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왜 산은이 그러한 무리수를 두었을까 하는 의문이 일고, 그것은 4000억원의 사용처가 범상치 않기 때문이라는 의혹으로 연결되고 있다.
▼현정부 임기내 결자해지를▼
현 정부는 임기 내에 이 모든 불미스러운 의혹을 반드시 풀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선 금감원이 계좌추적권을 발동하든지, 감사원이 전면적인 계좌추적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막대한 공적자금의 지원을 받은 현대상선 또한 이러한 의혹에 대해 하루라도 빨리 스스로 해명하는 것만이 더 이상의 신용추락을 막고 기업 본연의 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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