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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10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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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프랑스의 입장 완화〓유리 페도토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9일 “새 결의안이 기존 결의안에 기초를 두고 이라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나 (미국의) 자동 무력 사용 조항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도 “새 결의안이 대이라크 무기사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는 처음에는 ‘기존 결의안 고수’로 미국에 맞섰으나 프랑스가 내놓은 ‘2단계 결의안 채택’ 지지로, 다시 ‘새 결의안 수용’을 시사하는 등 계속 물러서고 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미국을 견제해야 할 러시아가 오히려 프랑스보다 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드레이 피온트코프스키 러시아 전략연구센터 소장은 “어떤 경우에도 러시아나 중국 프랑스가 안보리에서 미국 주도의 결의안을 거부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일부에서는 러시아가 처음부터 미국에 맞설 의지가 없었으며 이라크에서의 경제적 이익을 보장받기 위해 미국과 물밑협상을 해 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지금껏 한번도 미국의 대이라크 결의안을 안보리에서 ‘거부(veto)하겠다’는 직접적인 표현을 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실용적인 외교정책과도 통한다. 푸틴 대통령은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이나 미군의 중앙아시아 주둔 문제에서도 미국에 양보하는 대신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쪽을 선택해 왔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9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양국 외무장관이 만나 공동 입장을 내기로 합의했다. 프랑스는 강력한 새 결의안 채택을 추진해 온 미국과 영국에 맞서 그동안 2단계 결의안 채택을 주장해 왔다. 중국은 결의안 초안을 보기 전까지는 언급을 자제한다며 침묵하고 있다.
▽전망〓안보리 내에서 미국과 영국의 강경 입장에 맞서던 프랑스와 러시아가 물러선 데다 중국도 적극적인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있어 새 결의안에는 미국의 의도가 대부분 반영될 전망이다. 영국 BBC방송은 “미국이 새 결의안에 이라크가 개발 중인 모든 무기 공개, 모든 장소에 대한 자유롭고 제한 없는 사찰, 사찰단에 증인과 그 가족을 해외로 데리고 나올 수 있는 권한 부여 등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 관리들은 8일 이라크가 4개의 옛 핵무기연구개발단지 내에 새로운 구조물을 지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라크측이 그 활동을 감추려 해 정확한 상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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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이라크전 핵심쟁점 Q&A▼
대(對)이라크전 개전을 위한 미 의회의 승인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전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14일자)에서 이라크전과 관련한 핵심 쟁점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요약했다. 다음은 요지.
Q: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무기사찰 전망은….
A: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사담 후세인 정권의 붕괴만이 유일한 길이라는 확신을 굳혔다. 그러나 후세인 정권에 무기사찰이라는 마지막 기회를 주자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감안해 강도 높은 무기사찰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초강경 결의안 초안에 대해 프랑스와 러시아는 완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Q:미국은 유엔의 지지를 어느 정도 원하나.
A:부시 행정부는 최악의 경우 유엔의 지지 없이 전쟁을 수행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되면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군사기지를 빌려야 할 국가의 지원이 어렵겠지만 영국 카타르 쿠웨이트 등과 연합전선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미국은 파악하고 있다.
Q:전쟁의 양상은….
A:수주 안에 전쟁을 완료한다는 것이 미국의 계획이다. 정확성이 높은 공중폭격으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무력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세인 대통령 제거를 위해 필수적인 바그다드 시가전의 경우 잘 훈련된 이라크 군대와의 힘겨운 격전과 희생이 예상된다.
Q:전후 이라크와 중동지역의 운명은….
A:부시 행정부는 유럽에서 마셜플랜이 성공한 것처럼 이라크에도 민주정권이 들어설 것을 낙관한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이라크는 민주주의의 경험이 전무하고 석유 매장지역인 북부의 쿠르드족과 남부의 시아파 이슬람교도 등 종족간 이해 관계 때문에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걸프전 때와 달리 생방송으로 전송되는 대량 파괴와 살상을 보게 되면 아랍권 국민의 반미감정이 폭발할 수 있다. 또 이라크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경우 전쟁이 전 중동으로 확산될 수 있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전후 재건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제안을 하지 않고 있다.
Q:대테러전과의 관계는….
A:미 행정부는 이라크전으로 테러조직을 무력화하고 다른 아랍국가들의 테러조직 지원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전쟁 수행으로 ‘미국이 이슬람의 적’이라는 이슬람 과격분자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걸프전이 알 카에다 조직의 형성에 결정적 계기가 됐음을 증거로 든다. 전쟁이 테러리즘을 억제할지, 그 씨를 뿌리는 악순환을 잉태할지는 그치지 않는 논쟁의 핵심이 될 것이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