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어답터가 꼽은 ‘디자인 명품 7’

  • 입력 2002년 10월 9일 17시 07분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디지털 명품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신기술과 좋은 품질만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품 주기가 짧아 베스트 셀러 명품이 나오기 힘든 디지털 제품에서 디자인 혁신은 디지털 기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고 있다.

디자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디지털 제품은 카시오 TV. 지난달 첫 선을 보인 ‘엑스퍼(XFER)’ 시리즈는 디자인 명품으로 손색이 없다. 엑스퍼 시리즈 디자인의 비밀은 무선 랜 기능. 본체와 튜너 부분이 무선랜으로 분리돼 깔끔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30m 내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액정 부분을 들고 다니면서 TV를 시청할 수 있다. 튜너 부분이 외부 안테나에서 프로그램을 수신해 무선랜으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놀라운 점은 완벽한 방수가 가능해 욕실에서 DVD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

덴마크의 오디오전문 생산업체 뱅앤올슨의 ‘베오비전(beoVision) 5’는 거대한 액자를 떠올리게 하는 대형 벽걸이 TV다. 보일 듯 말 듯 숨겨져 있는 스피커 등 거추장스러운 군더더기를 뺀 날렵한 디자인에서 예술가의 혼이 느껴진다. 뱅앤올슨의 미적 감각이 가장 잘 배어 있는 제품으로 평가된다.

디지털 기기의 디자인은 두께와 무게의 싸움이다. 카시오가 오래 전 카드형 계산기를 발표했을 때부터 초박형 디지털 기기의 탄생은 예견됐다.

카시오가 최근 선보인 디지털 카메라 ‘엑슬림(exilim)’은 한계를 뛰어 넘었다는 뜻의 라틴어 ‘엑시무스(eximius)’와 얇다는 뜻의 영어 ‘슬림(slim)’의 합성어. 가로(88㎜) 세로(55㎜) 두께(11.3㎜) 등을 따져보면 디지털 카메라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 무게는 85g에 불과하다. 스파이 카메라의 두께가 15㎜ 정도이니 어느 정도 얇은지 상상할 수 있다. 흠 잡을 데 없이 잘 깎은 조각 같은 디자인은 세계 최고 명품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난다.

라이카가 새로 내놓은 디지털카메라 ‘디지룩스원’은 디지털이라는 신기술을 20세기적 디자인에 담은 제품. 1차 세계대전 당시 한 종군기자가 촬영한 ‘어느 병사의 죽음’ 때문에 명성을 얻은 라이카는 빨간 동그라미 안에 이탤릭체의 로고가 박힌 상표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디지룩스원에는 이처럼 고색창연한 명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제품.

소니의 노트북 바이오시리즈 ‘PCV-W101’은 거실에 진열해도 손색이 없다. 키보드를 닫으면 오디오, 키보드를 열면 PC와 DVD로 변신하는 놀라운 컴퓨터다. 9.5㎏라는 무게 때문에 들고 다니기가 불편한 점이 ‘옥의 티’.

애플컴퓨터가 5년 만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다시 선보인 ‘아이맥’은 세계 PC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대작.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회장으로 복귀한 뒤 처음으로 내놓은 제품이기도 하다.

17인치 대형 스크린의 이 제품은 호빵과 비슷한 외관 때문에 ‘호빵맥’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별명을 얻었지만 시대를 앞서는 감각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제품이다.

일본 ‘무지’사의 CD플레이어는 넓고 평평해 환풍기를 쏙 빼닮았다. 아이디어에 쫓기던 디자이너가 사무실의 천장을 응시하다가 만들었다는 후문. 외형뿐만 아니라 작동방식도 환풍기와 똑같다.

약간 투박해 보이기는 하지만 독특한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2002 IF디자인 어워드’에서 금상을 탔다.

얼리어답터 운영자 최문규 moonn@earlyadopter.co.kr

정리〓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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