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국내증시 '미국發 쇼크'

  • 입력 2002년 9월 25일 18시 35분


24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단기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한 직후 시카고 현물시장에서 중개인들이 유로화 매입 주문을 내고 있다. - 시카고AP연합
24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단기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한 직후 시카고 현물시장에서 중개인들이 유로화 매입 주문을 내고 있다. - 시카고AP연합
▼폭락 원인과 전망▼

국내 증시가 미국 주가 폭락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KT 등 국내 대표기업들이 외국 경쟁기업들보다 월등한 수익을 올리는데도 주가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기업의 주가는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비해 너무 헐값’이라는 솔깃한 말도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여주지 못한다. 싸 보이긴 해도 당장 내일 주가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


더구나 주가가 국내 기업의 펀더멘털보다 미국 주가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불확실성은 더욱 크다. 하지만 미국 월가와 여의도의 분위기는 주가가 조만간 바닥에 닿고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증시 폭락의 원인 및 전망〓미국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결정적인 원인이다. 최근 주가폭락은 미국 500대 기업의 3·4분기(7∼9월) 실적 예상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시작됐다. 6월에만 해도 작년 3·4분기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이라던 기업수익 예상치가 8월 초 16.6%로, 최근 다시 8.5%로 낮아졌다. 여기에 대(對)이라크 군사작전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얼게 했다.

월가의 지배적인 인식은 “이제 넌더리가 날 만큼 빠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점매수세는 아직 없다. 투자자들이 ‘주가가 반등한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고 움직이겠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는 주가가 바닥에 닿아도 다시 오르려면 시간이 걸린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의 윤곽이 드러나고 기업실적이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는다는 신호가 나와야 투자자들이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내 증시 전망〓대부분의 전문가는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보다는 더 탄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첫째, 하반기 기업의 수익 전망이 여전히 좋다. 특히 반도체 통신 등 굵직굵직한 업종의 대표기업 실적이 연이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최근 한미간 주가 동조화가 여느 때보다 심각하게 이뤄졌다는 점. 최근 국내 주가 하락은 순전히 미국 주가 하락의 여파였다. 하락폭도 미국 주가 하락폭 이상이었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분석팀장은 “최근 미국에서 4% 빠지면 국내 주가도 4% 이상 빠지는 식의 수익률 동조화가 진행됐다”면서 “이에 따라 주가가 상대적으로 더 하락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국내외적으로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외국인 매도가 본격화하고 있어 주가가 어느 정도 더 빠질 것 같다”면서도 “외풍의 영향으로 많이 빠진 만큼 반등의 여건은 무르익었다”고 전망했다.

▽미국 주가, 얼마나 떨어졌나〓2000년 초의 고점에서 따지면 다우지수는 반토막(1,2000선→6,700선)이 났고 나스닥지수는 5분의 1(5,000선→1,100선)로 떨어졌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비(非)이성적 풍요’라고 경고한 96년을 버블(거품) 발생 시점으로 잡을 때 현 주가는 ‘역(逆)버블’ 수준이라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나스닥 기준으로 볼 때 2000년 이후 주가하락 폭은 1920년대 말∼30년대 초 대공황기를 능가한다. 한화투신운용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에 따르면 대공황기에 미국 주가는 1929년 10월부터 32년 5월까지 85%가량 빠졌을 뿐이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서울 뉴욕 도쿄 등 9개증시…2년새 12조달러 날아가▼

뉴욕 도쿄 등 세계 주요 9개 증시의 시가 총액이 최근 2년반 사이 12조달러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인 31조달러의 약 40%에 이르는 금액이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00년 1∼8월 각 증시 주가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시가총액의 합계는 30조7000억달러였으나 그 후 첨단기술 업체의 업적 부진 등으로 주가가 하락, 23일 현재 시가총액은 41.2%나 줄어든 18조1000억달러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은 뉴욕 나스닥과 도쿄 런던 프랑크푸르트 유로넥스트 홍콩 서울 대만 등 9개 증시.

이중 가장 감소폭이 큰 증시는 정보기술(IT)붐을 타고 2000년 3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미국 나스닥으로 시가총액이 6조3000억달러에서 71.4%나 감소한 1조8000억달러로 떨어졌다. 그 다음으로는 △프랑크푸르트 증시(감소율 55.7%) △도쿄 증시(50.8%) △대만 증시(47.7%)의 순이었다.

반면 뉴욕 증시는 11조8000억달러(2000년 8월)에서 9조4000억달러로 20.0% 감소에 그쳐 가장 안정세를 보였으며 홍콩 증시(34.5%)와 서울 증시(35.5%)도 비교적 감소폭이 적었다.

최근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세계 불황의 도화선 격인 일본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기간 세계 증시의 주가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시가총액이 크게 감소하면 또 다시 개인소비가 억제돼 경기침체의 악순환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주요 9개 증시 시가총액 추이(단위:조달러)
증시2000년 최고 시가총액 (괄호안은 시점)현재 시가총액 (23일기준)감소율(%)
뉴욕11.9 (8월)9.4 20.0
나스닥6.3 (3월)1.8 71.4
도쿄4.5 (3월)2.2 50.8
프랑크푸르트1.6 (2월)0.7 55.7
런던2.8 (3월)1.7 38.4
유로넥스트2.5 (6월)1.4 42.7
홍콩0.7 (8월)0.4 34.5
서울0.3 (1월)0.2 35.5
대만0.5 (3월)0.2 47.7
합계30.718.1 41.2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폭락장세 투자 요령▼

“주가가 싸긴 싼 데…, 워낙 불안하니 팔아야 할지 더 사야 할지….”

30년 이상 증시를 지켜본 백전노장도 종잡기 힘든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큰 만큼 섣불리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편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대세상승을 따라잡지 못해 땅을 쳤던 투자자들이 “지금이 호기가 아닐까”라는 설렘도 갖고 있다. 지금이 바닥이라는 판단에서다.

연일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동조화, 겁내지 않아도 된다〓당장 주식을 사거나 팔고 싶은 투자자들로서는 타이밍을 잡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국내 주가가 미국 주가를 따라가는 ‘주가 동조화’ 때문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연구해서 좋은 종목을 잡아도 미국의 같은 업종 주가가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덩달아 와르르 무너진다.

하지만 주가 동조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리 겁낼 게 못 된다. 적어도 미국 주가를 밤새 확인하느라 밤잠을 설칠 이유는 없다. 오전 6시경 나오는 미국 주가의 종가(終價)만 챙기면 충분하다.

이유는 미국 주가는 3∼4시간 뒤에 개장하는 국내 증시의 시초가(始初價)에 일거에 다 반영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동원경제연구소 정훈석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동조화가 심했던 지난해 상반기 나스닥지수가 3.2% 이상 오르거나 2.1% 이상 떨어진 경우 국내 종합주가지수나 코스닥지수의 시초가는 예외 없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시초가와 종가의 차이도 거의 없었다.

예를 들어 특정 종목의 미국 주가가 5% 떨어진 영향으로 국내 주가의 시초가가 4% 떨어졌다면 이날 종가도 4%가량 떨어진 선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따라서 장중 주가가 4% 밑으로 떨어질 때가 매수시점, 4% 위에서 그나마 버틸 때가 매도시점이 된다.

▽과거 경험에서 배워라〓요즘처럼 펀더멘털에 비해 주가가 많이 빠진 상황에서는 일단 주가가 방향을 틀면 용솟음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외환위기 직후 주가 폭락 뒤 크게 반등했던 시기를 돌이켜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외환위기 이후 대세상승장에서는 3번의 봉우리가 나타났다. 첫 번째 봉우리(98년 6월16일∼99년 1월13일)에서는 단연 금융주, 그 중에서도 증권주가 가장 많이 올랐다. 업종별로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증권 건설 금융업종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어 두 번째 시기(99년 1월13일∼99년 5월10일)와 세 번째 시기(99년 5월10일∼99년 7월9일)에는 철강금속, 전기전자 등의 업종과 대형주가 장을 주도했다.

증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대세상승장에서는 금융주→블루칩(대형우량주)→옐로칩(중형우량주) 순으로 시세가 오른다. 물론 종목별로는 나름의 호재를 갖고 있는 소형주가 몸집이 가벼운 만큼 주가상승률이 높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부장은 “기업의 펀더멘털이 외환위기 당시와 차이가 나겠지만 이런 순서는 증시의 오랜 경험칙(經驗則)”이라면서 “이런 기준으로 맘에 드는 종목을 선정한 뒤 주가 흐름을 살펴 투자 타이밍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주가 반등기 주가 많이 오른 업종 및 종목
시기주가주가 많이 오른 업종주가 많이 오른 종목
98년6월16일∼99년1월13일280.0→633.0증권, 건설, 비금속광물, 운수창고, 금융세종 서울 한화 메리츠 동부증권
99년1월13일∼99년5월10일633.0→814.2보험, 유통, 증권, 음식료품, 화학영보화학, 신흥, 한국화장품, 대호, 유성금속
99년5월10일∼99년7월9일814.2→1,027.9철강 및 금속, 전기전자, 운수창고, 제조, 화학골드상호저축은행, 대원전선 동양엘리베이터, 삼보컴퓨터, 금호전기

(자료:증권거래소)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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